후쿠시마 시찰단 ‘역시나’일까?

일본 후쿠시마 도쿄전력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관리 현황 점검”을 위한 전문가 시찰단이 21~26일 일본 방문일정에 들어갔다. ‘시찰단’은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시설 및 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모두 21명으로 꾸려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 위원장이 이끄는 시찰단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까지 모두 21명으로 구성됐으며 22~25일 관계 기관과 회의·질의응답 및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2023.5.21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 위원장이 이끄는 시찰단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까지 모두 21명으로 구성됐으며 22~25일 관계 기관과 회의·질의응답 및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2023.5.21

시찰단의 방일은 5박6일이지만, 실제 활동은 22~25일 나흘이다. 22일에는 도쿄전력,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기술회의 및 질의응답을 하고, 23~24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 등을 확인한다. 25일에는 일본 관계기관과 심층 기술회의와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하지만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충족된 게 별로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현황에 대한 시료채취와 원천자료 확보, 다핵종제거장치(ALPS)의 처리 전후 비교자료 확보 및 가동 능력 확인, ALPS 미처리 지하수 현황 파악, 후쿠시마산 농수산 식품의 위험성 확인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검증은 아예 일본 측이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한국 시찰단 파견에 대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한국 측에 설명하겠다”면서도 “한국 시찰단의 역할이 오염수의 안전성 평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시찰단의 현장 방문 결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보에 필요한 민간전문가의 현장 방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전문가 참여는 일본이 원천 차단했다.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모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지난 2월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 때 미국 등의 민간전문가와 동행한 선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찰단은 일본에 자체 검사 장비를 가져가지 않으며, 오염수 등의 시료 채취도 따로 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일본 쪽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짙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5월 9일, 일본 후쿠시마 어민과 제주 해녀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일 어민이 오염수 방류 반대를 위한 연대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등 야권 역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장외투쟁에 나섰다. 야권 정치인들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가 동조할 이유가 있느냐며 강력하게 성토했다.

5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일본 정부야 이웃 나라의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전 세계 바다가 오염되든 말든 투기해도,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가 거기에 수긍할 이유는 없지 않나”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전국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물 1리터(ℓ)의 ‘10배도 마실 수 있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시찰단의 후쿠시마 원전 현장 시찰에 대해 야권은 ‘정치적인 쇼’에 그칠 우려가 크다며 매우 부정적이다. 수학여행 준비만큼도 준비 못한 거 아니냐는 통탄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오염수를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구경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2023.2.6  ⓒ 연합뉴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2023.2.6 ⓒ 연합뉴스

현재 영국과 미국, 중국 외신들은 ‘오염수(contaminated water)’ ‘폐수(wastewater)’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 일부에서 ‘오염 처리수’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정부는 ‘용어 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일단 발을 뺐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등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 성일종 위원장은 오염수 대신 오염처리수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용어 정정부터 필요한데, 엄밀하게 오염처리수”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9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해 온 ‘웨이드 앨리슨’ 옥스포드대학교 명예교수가 국민의힘 초청 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후쿠시마 물 1리터(ℓ)가 아니라 그 10배도 마실 수 있다”는 비상식 발언은 매우 심한 외교 결례이다. 

이렇듯, 앨리슨 교수는 후쿠시마 방류수의 안전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이런 물을 굳이 일본에 둘 필요 없이 빨리 방류해야 한다.”는 도발적 발언에 스스럼이 없었다. 역으로 “해당 물이 안전하다면 방류하지 말고 일본에서 내수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후쿠시마 현장 시찰단 방일을 이틀 앞두고 열렸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은 공범’ 

지난 5월 4일,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 계획에 대한 안전성 검토의 일환으로 올해 초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IAEA 모니터링 TF의 4차 방일 미션(1월 16~20일)에 대한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관리 감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이번 4차 방일미션 보고서는 지금까지 IAEA 모니터링 TF가 후쿠시마 원전 안전성 검증과정에서 발표한 5번째 보고서이다. 지난 4월 6일 발표한 중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곧 나올 최종 보고서가 결국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배출을 승인하는 내용이 될 것임을 확증하는 해석된다. 이들 특별팀은 국제원자력기구 사무국과 미국·중국·프랑스 등을 포함한 모두 11개국의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4월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한 뒤 방류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일본의 오염수는 후쿠시마 제1원전 터에 설치된 1060개 넘는 거대 탱크에 담겨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여름부터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부터 시작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주변국과 국제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는커녕 일본의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방조하고 있다. 이는 인류사적 중대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당하게 일본에 철저한 원전 오염수 검증 협조를 요구해야 한다.”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G7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2023.5.19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G7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2023.5.19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 제1의 책무란 점 다시 한 번 새겨주기 바란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 사수 지상명령을 심상하게 볼 일이 아니다. 어부들에게 바다는 단순히 해산물을 잡는 일터에 그치지 않는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같은 바다를 함께 공유하고 그 옆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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