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방송국에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실제 모형으로 건조 된 거북선이 전시 중, 부서져 있는 모습이 방영된 것을 보았습니다. 경남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시 일운면 ‘거제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되어있는 ‘1592년 거북선’이 8차례 입찰 끝에 154만 원에 낙찰됐다고 하네요.

사진: 블러그 갈무리

​이 거북선은 2010년 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김태호 전 지사 재임 당시 2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2011년 건조 된 것입니다. 경남도는 고증에 맞게 원형 복원한 거북선을 거제시에 전달했습니다.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의 3층 구조인, 거북선은 사료 고증을 토대로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져 ‘1592 거북선’ 으로 불리지요. 그러나 제작 당시 금강송을 사용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저급 품인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짝퉁’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한 애초 지세포항 앞바다에 정박해 놓고 승선 체험 등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흔들림이 심하고 물이 새는 등의 이유로 1년 여 만에 육지로 올라온 후, 이후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면서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거제시는 이 거북선을 매각을 결정하고, 경매에 부치기로 하고, 8차 경매 끝에 최고가 154만 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저는 이 보도를 보고 얼마나 부끄러운지 분노가 치밀었네요.

​이순신 장군은 일제 이전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순히 역사 학자들 만이 조선 조 4명의 충무공(忠武公) 중, 1인으로 알았을 뿐입니다. 조선인들이 존재 자체를 모르는 땅속에 있던 이순신 장군을 살려낸 사람이 아이러닉 하게도 일본 사람이라고 합니다.

110 여 년 전 일본은 대마도 해협에서 세계 최강인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궤멸(壞滅) 시켰습니다. ‘러ㆍ일 전쟁’은 동양의 대국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완전히 넘어간 전쟁이지요. 전쟁에 승리하고, 일본은 도쿄에서 승전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때 러ㆍ일전의 승전으로 이끈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그 파티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천황도 잠시 다녀간 축하연이니 뻑적지근했을 것이지요. 도고는 우리의 이순신처럼 일본 제1의 전쟁영웅으로 일본에선 지금도 군신(軍神)으로 추앙하는 장군입니다.

그 파티에서 ‘도고’ 제독에게 헌사(獻辭)가 이어졌는데, 어느 참의원이 “도고 제독은 가히 영국의 넬슨 제독이고, 조선의 이순신 장군입니다.”라며 축하했습니다.

이에 도고 제독이 “나에게 영국의 넬슨과 비견됨을 친(讚)함은 감당하나, 감히 이순신 장군과 비견함은 어찌 감당합니까? 나는 이순신 장군의 구두끈도 묶지 못할 만큼 미미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후 도고가 말한 “00 사마의 구두끈도 묶지 못한다”는 말은 일본인들이 겸양의 말을 할 때, 흔하게 사용하는 숙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일본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연구는 대단합니다. 우리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일본은 방대합니다. 일본은 이순신 장군과 왜군의 전투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이순신 장군의 전술 전략을 바늘 귀로 꿰듯이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해군들이 얼마나 상세하게 이순신을 연구했을까요? 도고 역시 이순신 연구에 정진하여, 이순신 장군을 마음속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어느 의원이 자신을 이순신에 비견해 주니, 화들짝 놀라서 감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분이라며 손사래를 친 것이지요.

도고가 이순신의 위대함을 어느 자리에서 설파(說破) 했는데, “나와 넬슨은 전 국가적으로 일치 단결 된 지원을 받아 전투에 임하여 뒷 걱정 없이 승리했으나, 이순신 장군은 왕의 끝없는 의심과 동료 장군의 끝없는 음해를 받아,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하는 등,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신고(辛苦)의 고통 속에서 정부의 지원도 없는 가운데, 23회 전을 완벽하게 승리로 이끈 장군이다. 나와 넬슨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군신(軍神)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일 제때, 조선인 식자들에게 이순신 장군에 대한 숭앙(崇仰)이 퍼졌고, 든든한 마음속 영웅으로 간직했던 것이지요. 지금도 일본 식자 층에서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후, 박정희 장군이 대통령이 된 후, 충남 아산의 현충사와 통영의 제승당을 정비하는 등 이순신 장군에 대한 대대적인 숭모(崇慕) 사업을 를 벌인 것입니다. 우리는 힘들고 어렵고 고달픈 삶은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움이 나에게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힘든 과정이 어떻게 보면 삶의 밑거름이 됩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말 못 할 고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군신(軍神)으로, 추앙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겨우 군신을 기리는 거북선 모형도 간수 하지 못하고 경매에, 붙여 단돈 154만 원에 낙찰 시켰다니 도대체 이 수치(羞恥)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5월 23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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