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개시일 전 보낸 조합장 명의 실적과 배당 서한문 등
후보등록일 전 아닌 선거운동 시작된 후 조합원들에게 전달돼
박 조합장 '언제 보냈는지 몰랐고 지시한 적 없다' 혐의 부인

[ 충북=뉴스프리존]조영하 기자=박철선 충북원예농협조합장이 지난 3월 8일 실시된 제3회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인 A모씨는 박 조합장을 비롯해 B모씨(선거당시 조합장 대행)과 C모씨(상무)와 성명 불상의 D모 직원 등을 위탁선거법 제66조 제1호와 제8호 위반 혐의로 충주경찰서에 고발했다.  충주경찰서는 고발장 접수에 따라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피고발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고발장에는 박철선 충북원예농협조합장 등은 위탁선거법에서 정한 통상적인 선거운동 방법 외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외에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충북 충주경찰서와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 농협 충주시지부는 3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공명선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종호 농협 충주시지부장, 목성수 충주경찰서장, 김성배 충주시선관위 사무국장. (사진=농협 충주시지부 제공). 
충주경찰서와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 농협 충주시지부가 지난 2월 3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공명선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농협 충주시지부 제공). 

충북원예농협과 고발인 등에 따르면 박철선 조합장은 조합장 선거 운동 개시일 전인 2월 10일 자신의 인사말과 함께 전년도 조합이 달성한 실적과 조합원 배당을 실시한다는 내용인 담긴 서한문과 조합원 자녀에 대한 장학생 선발 안내문 및 2022년도 배당금 지급 통지서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이 우편물은 후보 등록일 전에 조합원들이 받아볼 수 있어야 하지만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조합원들에게 전달 된 것이 문제가 됐다.

올해는 조합장 선거가 실시되는 해이기 때문에 공명한 선거 분위기 정착을 위해서 각 조합 마다 후보 등록일 전에 송달하도록 해 늦어도 조합장 선거 등록일 이전인 2월 22일 전에 조합원들이 받아 보게끔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북원예농협은 선거 운동 시작 다음날인 지난 2월 24일(금) 우편물을 보내 3월 2일과 3일사이 조합원들에게 배달됐다. 이 우편물안에는 조합이 전년도에 달성한 성과 및 업적을 과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내용은 피고발인이 조합장 선거 때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 발행한 선거공보에 담긴 내용과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당시에도 위탁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고발인은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작성된 공보와 동일한 내용의 서한문을 작성해 발송했고, 선거기간 중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것은 명백한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합장 박철선 명의로 보내진 통지서에는 다른 농협의 배당지급 통지서와는 달리 조합장 이름과 직인이 찍혔다"면서 "선거 기간 중에 도착된 각종 통지서 등에는 피고발인 박철선의 명의와 직함 직인 등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충북원예농협이 발송한 우편물에는 해당 조합 조합원 자녀들 중 국내 소재 정규대학(전문대 포함)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서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를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여 일백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안내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장학생 선발 신청기간이 선거 운동 시작 다음날인 24일부터 선거일 이틀 후인 3월 10일까지로 되어 있어 다분히 선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발인의 변호인은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선거인의 기대감을 자극하여 해당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그는  "피고발인의 이 같은 문서의 작성 및 이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행위는 본인이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될 것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로서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도 했다.

위탁선거법 제24조 제1항은 '동법의 적용을 받는 후보자가 동법 제25조부터 제30조의 2까지 규정에 따른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선거운동을 할 수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발인 박 조합장은 위탁선거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해 우편물을 발송하는 방법으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박 조합장이 이 조항을 위반해 선거운동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동법 제66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8일 실시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홍보를 위해 지난 2월 13일 충주농협 주유소를 이용하는 조합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실시하는 모습.(사진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8일 실시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홍보를 위해 지난 2월 13일 충주농협 주유소를 이용하는 조합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실시하는 모습.(사진=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한편 고발장에는 '피고발인의 문서 작성 및 발송행위 당시 '지위를 이용했다'는 혐의도 적시됐다.

위탁선거법 제31조는 '위탁단체의 임직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 또는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 배당의 실시나 조합원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급 등은 모두 조합장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 전원에게 우편물을 발송하는 행위는 조합장의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송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인 조합원 전체 명단과 주소 및 연락처가 필요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의심스러운 점은 2월 10일 작성된 인사말이 담긴 우편물이 시내 우체국이 아닌 인근 사설 우체국에서 24일자로 발송됐고 조합원들에게 배송은 선거가 한창 중인 3월 2일과 3일 쯤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피고발인이 당선을 목적으로 의도된 시나리오에 따라 우편물을 발송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해당 기간에는 조합장 대행 체제이기 때문에 조합장 박철선이라는 문구 자체를 사용해서는 안되는데 박철선이라는 이름을 버젓이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조합의 배당 실시와 관련된 안내문은 조합장이 결산 배당 실시가 결정된 총회(2월 9일)가 이뤄진 다음날 바로 발송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이는 조합원들의 신속한 권리 만족을 담보하고 배당의 실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합리한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여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피고발인이 문서 작성 및 이를 조합원 전원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행위는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계획된 일로 선거운동 이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라는 의혹을 사는 점이다.

고발인은 "당시 조합장이었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즉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즉, 명백히 위탁선거법 제66조 제8호를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피고발인 박철선 조합장은 "2월 10일 인사장을 작성했지만 언제 보냈는지는 몰랐고 조합장이 우편물 보내는 것까지 일일히 관여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선거때 누가봐도 이기는 선거를 하고 있었는데 선거법을 위반하며 우편물을 보낼 이유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그는 "5년 동안 해마다 그 시점에서 보낸 것으로 알고 있고, 선거공보와 같은 내용인 것은 본인이 만들었기 때문이며 선거를 의식한 일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농협 관계자는 "후보 등록일 전에 조합 명의로 각종 통지서를 보낸 것은 경쟁 후보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며, 등록전 우편물 발송 여부를 본인이 모를 수는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농협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5년전부터 치밀한 각본에 따라 움직인 정황이 곳곳에 노출돼 있어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면서 "6번씩 선거를 치르는 후보가 선거기간에 선거운동 방법이 아닌 편법을 동원했다면 선거법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비난했다.

사진은 NH농협 충북 충주시지부(지부장 이종호)가 지난 2월27~28일 이틀간 지역 농축협을 방문해 공명선거 현장지원과 3행(行)3무(無) 실천운동을 지도하는 모습.(사진 농협 충주시지부 제공)
사진은 NH농협 충북 충주시지부(지부장 이종호)가 지난 2월27~28일 이틀간 지역 농축협을 방문해 공명선거 현장지원과 3행(行)3무(無) 실천운동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농협 충주시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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