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가 추진한 폐교 방지 노력을 1호 공약달성이라니...
"11개월 제천시정 성과 내세울 게 그렇게 없나" 시민들 '허탈'
민선8기 공약 거론 안된 러브투어·스포츠행사 유치 성과로 '포장'
지방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 이행 추진과정 설명은 제대로 안 해

[ 이슈진단=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제천시가 민선8기 제천시정 1년 성과표를 내놨다. '체류형 관광구조 개선'이라는 관광형태 전환을 일궈냈다는 것을 핵심 성과지표로 삼았다.

그 근거로 제천시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대회유치와 러브투어를 통한 단체모객에 집중한 결과 내부 소비효과를 촉진하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스포츠 대회는 선수, 가족, 코치진, 관계자 등이 단체로 체류하며 지역소비를 촉진시켰고, 러브투어는 지역을 여행하며 지역상품 구매 등 실질적인 지역 소비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스포츠 대회 유치의 경우 5월을 기준으로 10만여명이 다녀가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250억 상당으로 추산했다. 올 하반기까지 모두 71개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경우 작년대비 방문인원은 23만명에서 10만9510명(46.4%) 증가한 약 34만5060명, 경제효과는 작년 586억원 대비 271억원(45.9%) 증가한 약 857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브투어는 5월 15일 기준 누적방문객 1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오는 6월에는 1만 5000명을 넘기고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방문객 3만 2000여명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수 있게 되고 직접적 경제효과는 19억원을 훌쩍 넘긴다는 전망치다.

이를 통해 연방문인원 50만명에 경제적 효과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는 하루 1370명의 방문객이 와야하고, 방문객 1명당 20만원씩 소비했을 때 가능한 수치다. 김창규 시장이 공약한 하루 5000명 관광객 유치 목표의 27%를 스포츠마케팅과 러브투어로 채우게 되는 셈이다.

제천시는 공공기관, 연수원, 노인회 등과 연계해 단체 모객에 집중한 한편, 관광해설사 심화 교육 등으로 양질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11개월만에 가시적 성과를 시민께 보고드릴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역동적이고 새로운 경제도시 제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1년여를 맞는 소회를 밝혔다.

이와같은 제천시가 내세운 민선8기 1년 성과표는 언뜻 보기에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대단한 성과로 비춰진다. 하지만 13만 제천시정을 이끌고 분주하게 11개월을 달려온 김창규 시장의 이러한 성적표를 제천시민들도 흡족할 만한 성과로 평가할 지는 의문이다.

김창규 제천시장 취임 11개월을 맞아 제천시는 민선8기 제천시정 성과표를 내놨다. 사진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김창규 제천시장.(사진=제천시)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전국적인 스포츠행사를 유치하는 일과 이로 인한 지역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노력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전국의 거의 모든 자자체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지역경기활성화 노력의 대표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민선8기 제천시 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수반된 정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제천시 과거 시장들 또한 체육행사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해왔고, 행사 유치를 성공할 때마다 지역경제활성화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며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해 왔다.

하지만 체육행사를 유치해 지역경제 및 지역소비 효과를 도모하는 일은 전국 어느 지자체나 추구하는 자활노력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제천시 민선8기 1년 성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마땅히 내세울 사업성과가 없어 성과맞추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전통시장 러브투어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역경기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흔한 사업 중 하나다. 관광지 관광과 연계해 전통시장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전국에 차고도 넘친다. 인근 단양구경시장은 그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제천시 전통시장 러브투어는 2008년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15년간 24만 여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제천의 대표적 관광상품 중 하나로 정착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연 방문 인원이 2만~3만명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주춤했다가 2022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제천시가 올해 전통시장 러브투어에 역대 최고치인 3만2000명의 방문객을 유치해 괄목할 만한 지역소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 또한 스포츠마케팅과 함께 성과 포장이란 오명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스포츠행사유치, 재래시장러브투어 사업은 김창규 시장이 취임한 후 심혈을 기울여 수립한 '민선8기 제천시장 공약사업 실행계획서'에는 들어 있지도 않은 사업이다. 이는 예전부터 지자체의 순기능 사업으로 정착돼 사업부서의 고유 업무에 녹아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천시 민선8기 출범 1년의 시정에 대해 여기저기서 행정력부재, 정치력부재 등의 우려와 지적이 나온다. 이를 그저 정치색이 다른 진영의 비아냥 쯤으로 치부할 일 만은 아닌 듯 하다.   

# 김창규 시장 1호 달성 공약= '송학중학교 폐교 방지 노력'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창규 제천시장의 취임1주년 1호 달성 공약으로 제천시는 '송학중학교 폐교 방지 노력'을 꼽았다.

제천시가 송학중학교 폐교방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슨 노력을 했고 무슨 성과를 거뒀다는 것인지, 또 그 성과라는 것이 김창규 시장 취임1주년 1호 달성 공약으로까지 선정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었는지 무척 궁금한 대목이다.

제천시가 송학중학교 폐교방지를 위해 한 역할에 대해 보도한 언론를 그대로 인용하면 '학부모, 송학학교발전위원회, 제천교육지원청과 지속적인 업무 협의' '교육 경비 보조금 지원 사업 내 자체 예산으로 통학 지원' '특성화·문화탐방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행정 지원'등이다.

이러한 제천시 노력의 산물로 올해 신입생 6명이 송학중학교로 입학하면서 폐교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를 김창규 시장 1호 달성 공약으로 선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송학중학교 살리기'과정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제천시의 이 같은 성과 선전은 사실을 왜곡했거나 과대 포장됐다.

송학중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제천시의 노력도 교육계의 노력도 아닌 순전히 민간 주도의 노력이고 성과다. 제천시와 교육계는 이 민간 단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숫가락, 젓가락을 하나씩 얹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본지 2월7일자 '제천송학중학교 폐교살리기..수년전부터 폐교 예고됐는데 왜 이제와서' 3월30일자 '폐교위기넘긴송학중학교..재원마련 삐걱..정상화길 험난' 기사 참조)

송학중학교가 학생수 부재로 폐교가 확정된 후 가까스로 폐교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송학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송학중학교를 외면하고 시내권으로 입학을 희망한 학생들을 다시 송학중학교로 입학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다시 말해 송학중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해 낸 것은 제천시나 교육청이 아닌 송학중학교 인근 주민들과 동문들이다. 이들은 '송학학교발전위원회'를 설립해 외지 중학교로 입학하고 자 했던 학생과 그 학부들을 찾아다니면서 다시 송학중학교로 입학하게 하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 6명의 학생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송학중학교는 폐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천시는 이 과정에서 '입학생 차량 지원'과 '신입생 특별장학금 지원'이라는 생색내기 지원을 한 정도다.

물론 송학학교발전위원회가 학생 수 확보를 위해 제시한 지원과 혜택에 제천시의 지원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는 송학학교발전위원회가 제시한 엄청난 지원과 혜택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나아가 제천시가 송학중학교 폐교 방지를 위해 지원한 △통학 차량 임차료 4000만원 지원 △신입생 특별 장학금 1인당 100만원 등 총 600만원 지원 △2023년 교육경비보조사업 농산촌 방과 후 프로그램 300만원을 지원은 송학학교발전위원회의 노력으로 입학생을 확보한 것을 전제로 한 지원일 뿐이다.

제천시가 김창규 시장 1호 달성 공약으로 '송학중학교 폐교 방지 노력'을 선정한 것은 제천시 행정의 미흡함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민선 8기 '제천시장 공약사업 실행 계획서'에 따르면, 총 49개 공약 중 '송학중학교 폐교 방지 노력'은  41번째 계획으로 '적극적이고 똑똑한 행정추진, 공정하고 생산적인 행정추진'과 같은 비예산 사업계획이다. 

즉, 제천시 비전을 담은 사업비가 책정된 공약사업이 아닌 전시성 측면의 공약사업이다.

# 선거 시 약속한 공약 이행 진행과정은?

김창규 제천시장은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5대 중점 공약으로 '3조원 투자유치' '제4, 제5 산단설립' '청년거점도시구축' '제천무역투자진흥공사 설립' '특성화마을 유치'를 제시했다.  

먼저, 3조원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기업 특화도시를 만들어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고, 물분해 수소 생산 미국계기업의 제천 진출을 이미 협의해 뒀다고 했다.

또, 한방제품과 중고차를 수출하는 제천무역투자진흥공사 설립도 약속했다.

체류형관광을 위해서는 '세계희귀 민물고기 수족관 건립, 세계나비정원 조성, 한방스파휴양리조트 건립, 파크골프장 10개 조성, 의림지 주변 대규모 한옥호텔 민자 유치' 등을 약속하는 한편, 기존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한방엑스포를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해 6.1지방선거 당시 김창규 제천시장(당시 국민의 힘 제천시장 후보)이 배포한 5대 중점공약 팜플렛(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이 번 제천시가 민선8기 1년 제천시정 성과를 발표하면서 선거 당시 공약과 민선8기 제천시장 공약사업 실행계획서 상의 49개 공약사업의 추진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 선거 당시 공약 및 공약사업 실행계획서에도 없는 스포츠마케팅 및 전통시장러브투어를 통한 관광객 유치실적만 내세운 것은 지극히 아쉬운 부분이다. 

통상 선거에 당선 된 후 1년을 맞이하는 지자체장의 대 시민 성과보고를 기대하는 시민들은 당선자가 선거당시 또는 당선후 공표한 공약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그 진행정도는 어떤지가 그 어떤 성과보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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