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감염돼 훈증 처리한 곳 사후관리 제대로 되지 않아 또 확산 우려
전수조사 통해 현황 파악한 뒤 일제 방역 시급…감염확산 방지 고삐 죄야

[경남=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경남지역에 소나무 재선충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야산 곳곳에 말라 죽어가는 소나무가 늘어나고 있지만 행정의 손길 미치지 못하는 산림이 늘어나고 있다.

진주시 내동면 임도 인근 소나무 군락지, 잔가지 곳곳이 말라 들고 몸통도 옅은 색깔로 변하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는 것으로 봐서 감염된지 꽤 시간이 지난 듯하다. 인근에 푸른 비닐을 덮은 감염목 처리 더미가 발견된다.(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진주시 내동면 임도 인근 소나무 군락지, 잔가지 곳곳이 말라 들고 몸통도 옅은 색깔로 변하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는 것으로 봐서 감염된지 꽤 시간이 지난 듯하다. 인근에 푸른 비닐을 덮은 감염목 처리 더미가 발견된다.(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이대로 가다가는 대규모 소나무 재앙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류 수종인 소나무에 재앙이 발생하면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20여년 전에 남해안권부터 확산이 시작된 소나무 재선충 병이 자치단체의 집중적인 대응으로 10여년 전부터 확산 차단에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산림당국과 자치단체의 감시나 대응이 느슨해지면서 최근 다시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다.

경남지역의 경우 어느 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재선충이 확산하지 않은 곳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동안 자치단체가 산림 곳곳을 샅샅이 뒤져 감염목을 베어내서 훈증 처리하거나 현장 파쇄 처리로 대응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산림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반도의 소나무가 다 없어질 수 있다던 우려를 불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재선충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자치단체의 대응의식도 약화되면서 산림 곳곳에 재선충이 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나무는 사철 수목인 만큼 그냥 눈으로 보아서는 감염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적기 방제를 놓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봄철 생육재생기를 지나면서 산림 곳곳에서 말라 들어가는 소나무가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발견하게 되면 이미 이 일대 또는 주변 소나무는 대부분 감염됐을 수 있다.

무엇보다 3월부터 5월까지 소나무 수간 속에서 성장한 재선충이 우화(나비)해서 날아다니면서 알을 낳는 시기를 막 지나고 있다. 

어느 곳에 어디까지가 재선충의 우화 범위에 들어갔는지는 시간이 더 지나야 파악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경남지역 소나무 몇 %가 실제 감염목이 됐는지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눈으로 발견해서 우선 벌채 후 훈증 또는 파쇄 처리한 뒤 일정 간격으로 사후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근래 수년 동안 손길이 미치지 못한 감염지역이 여러 해 그대로 방치되는 곳이 많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푸른색 비닐로 둘러 쌓인 목재 더미가 발견되고 주변에 죽어가는 소나무가 발견됐다면 이건 사후관리 부실에 따른 재감염 또는 당초 감염목 관리 부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진주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람이 자주 찾는 공원구역에도 이미 재선충 방역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드는 산림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잎이 말라 들어가는 소나무가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산속 깊은 곳은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리라고 생각한다.

훈증 처리한 더미도 관리 부실로 덮개가 벗겨졌거나 찢어진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대부분 집중호우나 강한 바람에 의한 경우로 보이지만 혹여 맷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헤집거나 찢어버린 건 아닌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대로 방치한 채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재선충이 처음 상륙한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재선충 방역 계획을 정비하고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의미다.

수년 전에 수시로 관찰됐던 항공방제 모습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거꾸로 해석하면 항공방제를 해야 할 정도로 소나무 재선충이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니 당국의 잘못인지 필자가 잘못 본 것인지 헷갈린다.

필자가 트래킹 중에 우연히 발견한 진주시 내동면 독산과 유수리 임도 인근에도 이미 잔가지는 물론 몸통이 말라 들어가는 소나무가 다수 발견됐다. 

김회경 기자.(뉴스프리존DB)
김회경 기자.(뉴스프리존DB)

산속을 조금만 더 헤집고 들어가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김없이 푸른색 비닐을 씌운 재선충 감염목 훈증 처리 더미가 발견된다. 1차 감염목 발견 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모든 상황은 시간을 다툰다. 소나무 재선충 방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산림당국과 경상남도, 기초 자치단체는 지금이라도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화기를 막 지난 산림 전역을 대상으로 항공방제도 시급해 보인다. 무엇을 우선 해야 하는지는 이미 방역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산림 당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서둘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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