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뉴스프리존]김 석 기자= 지난 5월 2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서울 대법원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열다가 경찰과 강하게 충돌했다.

"해산 자체가 불법입니다. 강제 해산이 아니란 말입니까."

결국, 해산에 나선 경찰은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집회 참가자들은 당시 경찰의 해산 명령이 불법이라며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의 강경진압 사태로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운동을 선언한 민주노총에 이어, 그나마 정부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국노총도 전격적으로 정권심판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탈퇴하는 걸 수위를 높여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경사노위를 탈퇴하면 노사정 대화 창구는 사실상 완전히 닫히게 된다.

한국노총이 오는 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를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장소를 어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이뤄졌던 전남 광양으로 결정해, 이번 사태에 대한 한노총의 입장을 직접 드러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동지들이 다친 상황에서, 검토 정도로만 거론됐던 경사노위 탈퇴를 수위를 높여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를 결정하면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던 2016년 1월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지난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이 유일하게 대화기구에 참여해왔는데, 이번에 한국노총마저 탈퇴하면 노사정 대화 채널은 완전히 단절된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조 회계 장부 조사 등 현 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시위하던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 간부들을 강경 진압을 하면서 간담회는 무산됐고 한국노총은 반정권 기조로 급선회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노동계가 필요 없음을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고 폭력적으로 표현했다.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미 정부와 갈등을 겪은 민주노총은 올해 초 일찌감치 정권 퇴진 운동을 선언한 데 이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여당은 노동계를 겨냥한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생산성 향상에는 무관심하면서 정치 투쟁, 불법 파업을 일삼는 과거의 특권 세력에게는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합니다." 노동계의 강도 높은 반정부 투쟁에 정부 여당이 엄정한 법집행을 예고하면서 노정관계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한편, 국가와 경찰 지휘부를 상대로 집회 참가자 1인당 백만 원씩, 모두 5천8백만 원을 요구하는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경찰의 강제 해산이 오히려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 행위라는 것.

금속노조 측 김유정 변호사는 원고들이 집회의 자유 및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명백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 이들은 오는 9일 대법원 앞에서 2차 노숙 집회를 예고해 다시 충돌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연일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건설노조가 야간 문화제에서 분신 사망한 양회동 조합원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자 바로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4명을 체포했다.

노조가 야간 문화제를 빙자해 불법 집회를 강행하고 있는 만큼, 필요하면 캡사이신 분사 등 물리력을 쓰더라도 해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간중간에 노래도 하고 시도 낭송했으니 문화제라고 보는데 저희는 거꾸로 봅니다. 서로 입장이 다른 것 같아요."라며, 이에 반발한 건설노조는 매일 저녁,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조합원의 추모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다음 주 주말에는 레미콘 운송노조가 그 이후엔 철도 노조가 줄줄이 정부 규탄 집회를 잡아 놨다.

경찰과 노조가 서로를 향해 '불법 행동'이라고 선언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강 대 강' 대치 구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전날 양씨의 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려다 경찰과 충돌, 조합원 4명이 체포된 곳이다.

석원희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어제 양회동 열사의 추모 천막이 정권의 하수인에 의해서 갈가리 찢기는 것을 봤다"며 "과연 정권이 국민을 위한 정권인지 아니면 자본을 위한 정권인지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분향소를 경찰의 무자비한 침탈로 빼앗겼다"며 "우리 문화제를 막기 위한 경찰의 탄압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촛불문화제에는 경찰 추산 약 15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1시간 정도 문화제를 하고 해산했다.

민주노총은 매일 저녁 같은 자리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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