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내년 4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은 투표일로부터 5개월 전까지 국회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고, 그 시한이 13일이다.

시한에 몰린 여야는 10일 오후 9시부터 '4+4 회동' 형식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양당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들까지 참석하는 ‘4+4 협상’을 비공개로 열었다. 김 대표는 협상에 앞서 “내년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밤샘 협상이라도 해 오늘(10일) 마무리를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협상은 2시간40여 분 만에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사진=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김태년 의원,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 문재인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 이학재 의원.
이 자리에는 선거구 획정 협상 실무라인인 새누리당 조원진·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양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이학재·김태년 의원도  함께 했다.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선거구 획정에 대해 양당이 꺼낼 수 있는 건 충분히 논의했다”며 “논의됐던 부분을 각 당에서 검토한 후 내일 낮 12시에 만나서 최종 합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양당에서 검토할 수 있는 안을 다 내놓고 충분히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여야는 지역구 의석수는 252∼255석 수준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여야는 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과 한중FTA 여야정 협의체 구성 방안 등 정기국회 현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당의 입장차가 하루 만에 좁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의 기존 입장은 최대 260석까지 지역구 의원수 확대, 비례대표(현행 54석) 축소다. 새정치연합은 권역별비례대표 도입, 비례대표 의석 축소 최소화를 주장해왔다. 새누리당은 권역비례대표제의 대안으로 석패율제 등을 협상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1월까지 가면 대혼란=여야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13일을 넘기면 일단 국회는 선거법을 어긴 ‘위법 집단’이 된다. 이 상태를 다음달 15일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지며 혼란이 시작된다. 예비후보들은 자기 선거구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른 채 홍보 우편물 등을 발송해야 한다. 이런 상태가 내년 1월 1일까지 가면 선거구가 통째로 사라지는 사태가 온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2015년 12월 31일이 지나면 기존 선거구는 무효”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선거구가 없는 상태에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느긋한 현역 의원들=이런 여야의 ‘느림보 협상’을 두고 “고의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름을 알릴 시간을 빼앗기는 쪽은 예비후보로 등록할 정치 신인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지도 면에서 유리한 현역 의원들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한 정개특위 관계자는 “일부 의원은 해를 넘겨 선거구가 정해지는 걸 선호한다”고도 귀띔했다. 문제는 선거구획정위마저 현재 ‘개점휴업’ 상태란 점이다. 이번 총선용 획정위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외부(중앙선관위 산하)에 꾸려진 독립기구다. 하지만 위원들이 ‘1(선관위) 대 4(여당) 대 4(야당)’로 구성된 탓에 여야의 대리전만 되풀이하다 지난달 업무 포기를 선언해 버렸다.

4년마다 홍역 되풀이=정치권에선 인구수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하는 현행 제도가 도농(都農) 격차를 더 벌리는 만큼 “대안을 찾자”는 얘기도 나온다. 4년마다 선거구 획정으로 홍역을 치르는 이유 중 하나는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농어촌 선거구 감소가 원인이다.

한편 협상장을 찾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것에 항의하고 비례대표 의석 수 축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야 지도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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