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낯선 환경 속에 맡겨진 소녀의 성장기

영화 ‘말없는 소녀’는 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제네레이션 K플러스 부문 대상인 국제심사위원상, 수정곰상을 수상하고, 작품상 특별언급을 받은 작품으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전 세계 최다 관객상 수상으로 전 세계 관객이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영화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말없는 소녀’는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37관왕을 석권하고, 현재 로튼 토마토 신선지수 96%, 관객지수 93% (2023년 5월 8일 기준)의 평점으로 해외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다.

‘말없는 소녀’는 현재 많은 국가에서 상영 중인데, 저예산으로 완성된 영화의 제작비 5배에 육박하는 500만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 아일랜드어로 제작된 작품 중에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영화 최초로, 올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의 후보로 오른 영화로, 탁월한 영상미로 제37회 미국 촬영감독조합상 스포트라이트상 후보에 올랐고, 2022 유럽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럽 촬영상을 수상한 영화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말없는 소녀’는 1981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 형제가 많은 가난한 집의 어린 소녀 코오트(캐서린 클린치)가 어머니의 다섯 번째 출산을 앞두고,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 캐리 크롤리와 앤드류 베넷)에게 맡겨져 낯선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다.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 코오트는 사랑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달리 코오트에게 다정하며 사랑을 베푸는 친척부부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말없는 소녀’는 아일랜드의 여류 작가인 클레어 키건의 중편 소설인 ’맡겨진 소녀’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맡겨진 소녀’는 24년간 단 4편의 소설만을 출간했으나, 출간하는 소설마다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아 온 클레어 키건의 세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출간되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들은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모두 제거된 결정체와도 같아서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큰 울림을 자아내는 힘을 지니고 있는데, 영화 ‘말없는 소녀’는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모두 제거해버려서 이미지와 사운드로만 구성된 시네마의 정수를 체험하게 만드는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연상시키게 한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말없는 소녀’는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의 풍광을 배경으로 낯선 집에 맡겨진 어린 소녀 코오트의 섬세한 심리를 이름다운 영상으로 담담하게 그려나가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하게 한다.

이 영화의 촬영을 맡은 케이트 맥컬로프는 콤 베어리드감독과 상의를 한 끝에 소심한 소녀인 코오트가 친척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성장해가는 서사에 맞는 화면 비율을 1.37:1로 촬영해,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이다’(2013), ‘콜드 워’(2018),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 등과 함께 1.37:1의 화면 비율로 촬영된 명작들의 계보를 이어가게 된 영화다.

‘말없는 소녀’는 섬세한 빛의 조율과 함께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며 아일랜드의 시골 농가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 냈으며,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함께 어우려져 서정성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콤 베어리드 감독의 ‘말없는 소녀’가 지닌 절제미는 키건의 원작을 충실히 영화로 옮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인 엔딩 장면은 콤 베어리드 감독이 키건의 소설의 정수를 탁월하게 연출해 빛을 발한다

‘말없는 소녀’를 연출한 콤 베어리드 감독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고 아일랜드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하며 자랐다. 아버지 덕분으로 어린 시절부터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고, 청소년기에 습작으로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결국 더블린 공과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만든 단편 영화 ‘그의 아버지의 아들‘은 가족에 대한 반자전적 영화로 국제영화제를 순회하며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2012년 그는 아일랜드 영화감독조합으로부터 아일랜드어 영화제작의 탁월함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에어링거스 영화상과 스크린 아일랜드 IFTA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말없는 소녀'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콤 베어리드 감독은 소설을 읽고 영화화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전달되는 1인칭 현재시제의 서사였죠. 그것은 제게 완벽한 몰입감과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미 소설 안에 고유한 비주얼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것 대부분은 이 소녀가 순간순간 보고 느끼는 것이었죠. 이야기의 서사적 긴장감은 줄거리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대부분 소녀의 경험에서 파생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도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말없는 소녀’를 촬영한 케이트 맥칼로프는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에서 졸업한 직후 아일랜드의 흥행작 ‘히스 앤  허스'( His and Hers)로 2010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다큐멘터리 촬영상"을 수상했고, 2018 캐머리미지에서 다큐  드라마 ‘나, 돌러스'( I, Dolours)로 베스트 촬영상인 황금 개구리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에 그녀가 촬영한 다큐멘터리 ’가장 먼 곳'(The Farthest)이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2017년에 할리우드 리포터는 케이트를 아일랜드 영화 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10인의 인물에 올렸다.

‘말없는 소녀’의 음악을 맡은 스티븐 레닉스는 20년 이상 동안 영화 음악을 작곡해왔고, 2016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룸'( Room)을 비롯한 레니 아브라함슨의 모든 장편 영화의 음악을 담당해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레닉스와 아브라함슨은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을 각색한 동명의 TV 드라마에서 다시 만났으며, 스티븐은 가브리엘 번 주연의 ‘레이디스 맨의 죽음’을 포함해 최근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영화 '말없는 소녀'의 한 장면

코오트역을 맡은 캐서린 클린치는 2009년 출생의 아일랜드 아역배우로 ‘말없는 소녀’로 스크린에 처음 데뷔했다. 어렸을 때 부터 연기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캐서린 클린치는 ‘말없는 소녀’에서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친척부부의 다정함과 사랑에 변화해 가는 모습을 세심한 표정과 몸짓으로 조용히 연기해 감동을 준다.

영화  '말없는 소녀' 포스터
영화 '말없는 소녀' 포스터

‘말없는 소녀’는 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어린 소녀 코오트가 인생을 바꾸는 짧고 찬란한 여름을 보내면서 사랑받는 것이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내는가를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 속에서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말없는 소녀’는 내러티브, 이미지 그리고 사운드의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조합, 사랑과 다정함이 가져오는 변화의 힘에 대한 믿음의 깊이에 더해서 놀라울 정도로 절제된 연기와 사실적인 표현, 그리고 진정성 있는 연출로 깊은 감동을 준다.

아이의 눈을 통한 슬픔과 고통에 대한 성찰이 있는 영화 ’말없는 소녀‘는 5월3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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