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기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첫걸음이다. 이에 따라 국공립대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비정규직’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지난해 23일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에선 비정규직와 정규직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공청회에 참가한 정규직들은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 “무임승차 웬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이라는 손피켓을 들었다. 비정규직을 착취하고 차별하는 현재의 구조를 그들은 ‘평등’과 ‘공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정규직

국공립대 대학 중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먼저 참여한 학교는 바로 전북대다. 전북대는 1월 1일에 청소용역 노동자 11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1일, 전북대 비정규직 노조는 전북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무늬만 정규직’이라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이 전북대를 규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비정규직 노조의 적은 의견 반영 △열악한 노동조건 유지 △정규직으로 전환 되나 실 급여는 겨우 4만 원이 오르는 것 등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전북대 측은 “국립기관으로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비단 전북대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국공립대학을 넘어 사립대학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확인되는 지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할 시점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대학 측과 학생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이남신<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대학 측이 현재 낮은 노동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비정규직의 노동을 저평가하고 있다”며 대학 측이 여태까지 가지고 있던 비정규직에 관해 잘못된 태도와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바뀌지 않으면 전북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서도 비정규직 당사자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옥세진<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인식변화가 최우선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청소노동자도 분명히 대학 사회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이를 인지하기 위한 학생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대학 내 핵심적인 구성원인 학생들이 먼저 청소노동자를 구성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학생들이 지금까지와 다른 따뜻한 시선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청소노동자와 대학 사이에 당연히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내부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옥 부소장은 “대학은 단순히 정규직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차별에 대해 단계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도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후 민간부문으로의 확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국공립대학에서만 실시하고 있지만, 사립 대학들로 확산할 것이다.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처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무늬만 정규직’이 아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제로 더 나은 환경과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진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인천공항만의 이례적 상황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7월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발전계획’을 통해 전면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11개 투자·출연기관 무기계약직 2,612명(11월 기준)을 전원 기존 정규직 정원과 합치고 유사·동종업무는 직군 통합, 새로운 업무는 별도 직군·직렬을 신설해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전환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1,317명의 무기계약직(비정규직)이 소속된 서울교통공사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한 가지 분야(전동차 검수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다른 업무를 한다. 예를 들어 역무원은 정규직이지만, 스크린도어 안전문을 점검하고 고치는 일은 비정규직이 한다.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4년차 이하 청년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차이 없는 무기직 일반직화 반대’ 서명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 서명은 지난달 29일까지 1,751명이 이름을 올렸고, 그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지하철 역 곳곳엔 ‘정규직 전환 반대 포스터’까지 나붙었다.

포스터에 담긴 내용의 일부다. “공명정대한 공개채용 제도를 부정하는 특혜성 정규직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규직화 정책인가요?”, “기준 없는 무분별한 그들만의 정규직화는 취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청년들을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한 청년들에게 정규직 일자리가 돌아가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무수저 서민에게 평등이란, 기회의 평등입니다. 반칙으로 이뤄진 결과의 평등은 다음 번 당신의 기회를 빼앗을 겁니다”

“박탈감 모르지 않기에, 비판보단 ‘설득’의 과정이 필요해”

정규직화에 찬성하는 정규직·비정규직도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일부 정규직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시험’만이 공명정대한 것이라 교육받고, 그 시험을 통과해야만 내 가족이 풍요롭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끔찍한 경쟁에 평생을 바쳐온 청년 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모르지 않기에, 질타와 비판보단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B씨는 “인력충원이 없다가 최근 2~4년 사이에 신규직원이 대거 들어왔다. 그 분들이 특히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박탈감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되겠지만 근 10여 년간 입시부터 취업까지 경쟁이 극심했다. 이러한 경쟁체제 내에서 서열화, 신분제에 대한 인식이 고착화되고 또 외면화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부에선 공동체 의식의 부족을 지적하긴 하지만 질타하고 꾸짖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살면서 고착화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도 모두 노동자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고, 노동조합이 지향해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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