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영도경찰서 동삼지구대 김병훈 순경(사진 맨 왼쪽)이 패럴림픽 경기를 찾은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로 안내하고 있다. / 사진=부산지방경찰청

[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경찰 시험 합격 후 ‘경찰 생활을 하며 필요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 청각장애인들이 찾아오면 필요할 것 같아 이전에 수화를 배웠습니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에 활약한 영웅은 선수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수화통역 경찰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패럴림픽을 빛냈다.

부산 영도경찰서 동삼지구대에 근무하고 있는 김병훈(40) 순경은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강원도 강릉과 정선, 평창을 돌아다니며 경기장을 찾는 청각장애인들의 안내를 도왔다.

김 순경은 패럴림픽 기간 중에 하루 12시간을 꼬박 청각장애인을 위해 봉사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6명으로 구성된 수화통역 경찰관들은 경기를 보러 온 청각장애인들에게 시설과 경기 안내 등을 하며 함께 숙식했다.

지난 10일 강릉 서비스센터에 있을 당시 충남 당진에서 단체관람을 온 청각장애인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해 어려워하는 것을 본 김 순경은 안내를 위해 다가갔다. 경찰복을 본 일행은 무서운 마음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김 순경은 천천히 수화통역을 통해 그들의 마음 문을 열었다.

안내를 받은 청각장애인 A모씨는 “살면서 자신들을 위한 경찰관의 수화 안내는 처음 받아봐 행복했다”며 기뻐했다.

또 지난 13일 김 순경은 하키경기장에 단체 관람 온 50대 청각장애인이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동행자와 수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뒤 20여분을 수색한 끝에 B모씨를 찾아 동행자들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김 순경은 “그날 B씨는 평소 앓고 있는 지병 때문에 경기 도중 당 보충을 위해 혼자 자리를 벗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행이 경황이 없었는데 찾아줘 고맙다고 말하더라”며 “평소 우리 같으면 부재 시 핸드폰 전화로 연락해볼 수 있지만 농아인 분들은 그게 어렵기 때문에 걱정돼 먼저 나서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패럴림픽 수화통역 경찰관으로 활약한 김병훈 순경은 경찰이 되기 전 영도에서 조선소 일을 하다 새로운 꿈을 갖기 위해 2016년 1월,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경찰에 들어왔다.

그는 지난 2015년 2월 경찰시험 합격 후 경찰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경찰로 생활하며 필요한 것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청각장애인들이 경찰서에 찾아오면 필요할 것 같아 부산농아인협회에 찾아가 6개월간 수화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영도서 동삼지구대에 발령 받은 뒤 청각장애인들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옥신각신하는 상황에서 평소 배운 수화로 양측의 소통을 돕는 등의 활약을 보였다. 김 순경은 “동료경찰관들이 수화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간단한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가 이번 패럴림픽에 수화경찰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또 그는 “수화를 배운 계기가 사회적 약자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서 배우게 됐다”며 “이번 패럴림픽에서 봉사를 통해 그분들에게 도움 됐다는게 기뻤다. 경찰생활을 하며 수화도 더 열심히 배워 청각장애인분들에게 더욱 다가가겠다. 또 동료경찰관들에게 수화 가르치는 것도 쉬운거 위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전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 부산 영도경찰서 동삼지구대 김병훈 순경(사진 오른쪽)이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부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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