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15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1월 29일, 검찰 내부망에 서지현 검사의 글이 게시됐다.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게시된 글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비롯해 서지현 검사가 경험한 성폭력 사례들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의 행렬은 문화계와 교육계, 법조계, 종교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권력의 정점에 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미투는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을 드러냈으며, 이로 인해 6․13지방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미투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관행처럼 자행되었던 성폭력이 관행이 아닌 범죄임을 폭로하는 절규의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한낱 성폭행범에 불과했던 가해자를 존경했었다는 사실에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분노하고 또 알면서도 침묵하고 방관했던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선 피해자를 조롱하고 의도를 왜곡하는 2차 3차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날 언론보도를 통해 게시글의 전문이 밝혀지며 한국판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엔 #MeToo, #미투운동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속속 게시됐으며, 연극계, 종교계, 대학 등 사회 전반에서 수많은 ‘미투’가 등장했다. 문학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던 고은 시인은 물론 조민기, 최일화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들까지 성폭행‧성추행으로 고발됐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의 남교수 4명은 전원 성추문에 연루돼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투 운동은 빠른 확산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동반했다. 뉴스 댓글엔 미투 운동을 두고 ‘올 것이 왔다’는 반응부터 ‘지난 과거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냐’는 반론까지 수많은 의견이 등장했다. 각종 매체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핵심은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수십 년까지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 있다. 성폭행‧성추행 등의 문제를 두고 가해자에게 유독 관대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물론 미투 운동을 통해 고발된 각각의 사안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익명으로 진행되는 폭로의 진위여부에 대한 우려도 표하고 있다. 성 관련 범죄에 대한 인식이 무거워진 만큼, 면밀히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라는 큰 파도가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피해를 입었음에도 오히려 죄인이 된 듯 숨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피해자들이 용기를 냈다는 것은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어렵사리 아픈 응어리를 들춰낸 피해자들의 진심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는 사회 전반의 지지와 신뢰가 필요하다.

88.6%,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대부터 50대까지의 성인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중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로 시작된 미투 운동, 이제는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나아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우리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여성과 남성의 권력공유를 통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헌법은 최고 법으로써 국가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규범이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제10차 헌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헌법은 전통으로서 물려줘야 할 화석화된 유산이 아니라 시대변화에 맞게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한다. #미투를 통해 드러난 가부장적인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선출직・임명직 등 공직 진출에서의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가 규정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체제하에서 여성은 주권적 시민의 성별 이원성에 기초하여 남성과 동등하게 대표되어야 할 권리를 가진다. 더 나아가 남녀동수는 성차와 교차하는 인종, 종교, 계급 등 많은 사회적 관계들을 대표하여 권력에 있어서 성별간의 평등만이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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