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뉴스프리존=심종완 기자] 24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공감’에서는 섬마을 꽃상여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산도. 간밤에 날아든 부고 소식에 읍리마을은 분주하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97세 할머니를 마지막 보내는 길. 마을 사람들은 회관에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그래도 아직은 힘이 남은 60대 남자들은 상여꾼이 된다. 

“꽃상여 타고 가야제” 

꽃상여가 있는 장례에서는 마을 사람 전부가 유족이 된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장례를 준비하고, 같이 울며, 같이 고인을 보낸다. 평생을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보내주는 마지막 가는 길. 꽃상여는 그 가족과 이웃이 고인에게 보내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선물이다.

청산도와 임자도 일대에서 초상이 나면 전남 강진에 사는 조형종씨에게 연락이 간다. 그는 꽃상여를 만드는 사람이다. 하루에 열 개 나가던 것이 한 달에 열 개로 지금은 한 달에 한 두 개가 고작이지만 그는 아직 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육지에서는 꽃상여 문화가 거의 사라진지 오래. 하지만 섬마을에서는 아직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꽃상여를 찾을 때가 있다. 당시 섬마을에서의 삶이란 가난과 바다와 싸워야 했던 삶. 고단했던 인생의 마지막 길. 꽃상여는 그분들에게 마지막 보상이며 선물인 것을 알기에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노화도에서 꽃상여를 만드는 이의호씨도 마찬가지. 40년 가까이 만들어온 꽃상여를 그는 죽을 때까지는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상여 소리꾼인 임자도의 김석근씨는 꽃상여가 사라져가며 상여 소리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누군가 배우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기꺼이 전수하고 싶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다. 사라질 날이 머지않은 우리의 전통장례문화. 어쩌면 이들은 그 문화의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97세에 돌아가신 청산도 할머니의 초상. 호상이라 불릴만 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손녀부터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눈물 바다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 여기에 엄마 없이 자라야했던 손녀까지 거둬 키웠다.

큰아들과 막내아들을 먼저 보내야했고 마지막엔 몸이 아파 고생했다. 그 사연을 잘 아는 유족과 이웃이기에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은 눈물바다. 그저 하늘에서는 먼저 간 아들들을 만나  고생 없이 편히 지내기를. 그것이 꽃상여에 태워 할머니를 보내는 남겨진 이들의 바람이다.

노화도에서 만난 장례식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영감, 잘 가. 우리 애들 잘 도와줘.. 나도 금방 따라 갈테니까”라며 호탕하게 웃는 할머니. 사위를 꽃상여에 태우고 놀이하듯 행진하는 상여꾼들. 그리고 그 모습을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 이곳에서 장례는 하나의 축제다. 하지만 꽃상여로 남편을 보내고 자식들도 모두 육지로 돌아간 다음 이수애 할머니는 남편이 있을 때는 내내 틀던 보일러조차 꺼두고 남편이 누워있던 아랫목을 보며 눈물 짓는다. “같이 있다 혼자 남으니께 너무 허전하요”

꽃상여. 그것은 한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남은 사람들이 주는 마지막 선물. 고마웠소, 잘 가시오. 섬마을 꽃상여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KBS 1TV ‘다큐공감’은 24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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