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도대체 한국정치의 막말파동은 어디까지 갈까요? 어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유국당과 경찰과의 진흙탕 싸움이 전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미친개와 돼지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제1야당과 경찰을 모두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검 · 경 수사권 조정과 정치인 수사처럼 중요한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전에도 정치권과 수사기관이 대립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치고받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찰과 자유 한국당의 논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유한국당이 경찰에 과도한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것이 자유한국당이고, 조선일보가 말하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한 것도 자유한국당입니다.

3월 1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검찰만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경찰도 이제 발 벗고 나선 것을 보니 검 · 경 개혁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면서 “선거를 앞둔 울산시장을 음해하려는 경찰의 이번 작태는 선거 사냥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지난 22일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향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맹비난한 것은 경찰들의 분노에 불을 당겼습니다.

이에 격분한 경찰 내부 인터넷망에는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는 피켓을 든 ‘인증 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피켓에는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고 써 있다고 하네요.

한 현직 경찰관은 장제원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전국경찰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의 회장인 유근창 경남경찰청 경위는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관이며 언제나 시민의 편입니다. 시민은 미친개가 아닌 사람경찰에게 신고합니다. 장제원 의원은 사상구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경찰 앞에 사과하라”고 외칩니다.

3월 25일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황 청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울산경찰의 수사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 “원론적으로 정당에서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해 정치적 셈법으로 평가를 내놓거나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칼로 일어선 사람은 칼로 망하고 말로 일어선 사람은 입으로 망한다고 했습니다. 오죽 했으면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 했을까요? 입은 잘못 쓰면 화문(禍門)이지마는 잘 쓰면 얼마나 복문(福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짓는 10개의 악업(惡業) 중에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에는 ‘살 도 음(殺盜淫)’의 3 가지 업이 있고, 마음으로 짓는 의업(意業)에는 ‘탐 진 치(貪瞋痴)’의 3가지 업이 있습니다. 반면에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에는 망어(妄語)ㆍ기어(綺語)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의 4가지 업이 있지요. 그 만큼 업 가운에 입으로 업을 짓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원불교에서는 삼십 계문(戒文) 중에 6개 항으로 구업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첫째, 악한 말을 말며,

둘째,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며,

셋째,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며,

넷째, 비단 같이 꾸미는 말을 하지 말며,

다섯째,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말며,

여섯째, 망령된 말을 하지 마라,

하루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이 신문을 보다가 시사(時事)에 대하여 가부 평론함이 분분한 것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어찌 남의 일에 대하여 함부로 말을 하는가. 참된 소견을 가진 사람은 남의 시비를 가벼이 말하지 아니 하나니라. 신문을 본다 하여도 그 가운데에서 선악의 원인과 그 결과 여하를 자상히 살펴서 나의 앞길에 거울을 삼는 것이 공부인의 떳떳한 행실이요, 참된 이익을 얻는 길이니,

이것이 곧 모든 법을 통 해다가 한 마음을 밝히는 일이라, 이러한 정신으로 신문을 보는 사람은 신문이 곧 산 경전이 될 것이요, 혜복의 자료가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리어 날카로운 소견과 가벼운 입을 놀려 사람의 시비 평론하는 재주만 늘어서 죄의 구렁에 빠지기 쉽나니 그대들은 이에 크게 주의하라.”고 경계하셨습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업 중에서도 가장 심한 업이 구업이지요. 처음 말장난으로 시작했는데 목숨을 걸어야 끝나는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싸움의 발단은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말함으로서 12만 명에 달하는 경찰관과 그 가족들을 자극함으로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경찰이라는 공조직을 개, 그것도 미친개에 비유한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 신체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분이 혀입니다. 이는 부드러운 말을 하라는 진리의 요구 아닌가요? 속담에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재앙은 혀에서 나간다.”고 했습니다. 또한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라고도 했습니다.

사람에게 재앙이 찾아오는 길은 수없이 많지만, 오직 말을 통해 오는 재앙이 가장 가혹한 것입니다. 칼에 찔린 상처는 쉽게 나아도 말(言)에 찔린 상처는 낫기가 어렵습니다. 덕으로 일어서고 말로 망합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 것입니다. 어찌 우리가 혀를 조심하고 덕을 펴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3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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