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다음 달,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11년 만에 전격적으로 합의된 남북정상회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은 휴전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이다.

지난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과 카드’를 꺼내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수락하면서 연쇄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꽉 막혀있던 관계를 생각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숨 가쁘게 진행된 남북ㆍ북미정상회담. 이 모든 구상을 김정은 위원장이 혼자 결정하고, 판단 한 것일까? 그와 뜻을 함께하는 파워 엘리트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KBS 스페셜이 6개월간 북한 권력층의 빅데이터를 수집, 작성한 후, 사회연결망 분석, 시멘틱 네트워크 기법 등 다양한 조사를 통해 북한이 지향하는 국정 목표를 방송 최초로 공개한다.

최초 분석 – 김정은 집권 7년, 현지지도 전수 조사

28살의 어린 나이에 권좌를 물려받은 김정은 위원장. 짧은 후계자 수업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가 통치하는 북한은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미사일ㆍ핵 도발로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KBS 스페셜 제작진은 북한 권력의 변동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에 보도된 김정은 집권 7년여의 현지지도 수행원을 전수 조사했다. 국정원 내부 자료와 통일부 등이 조사한 자료도 수집ㆍ분석했다. 

그리고 6개월에 걸친 조사ㆍ연구 끝에 사회연결망 분석을 통해, 서열과 권력구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짐작해왔던 것 이상으로 김정은은 치밀하게 북한 권력을 장악해 나간 것이 네트워크 분석에 드러나 있다. 김정은 집권 7년 동안 권력구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김정은 시대! 파워 엘리트 TOP 5의 등장

김정은은 집권 이후, 김정일 사망 당시 운구차 곁을 지켰던 아버지의 사람들을 한명씩 정리해 나갔다. 첫 표적은 리용호였다. 그는 군사 분야에서 김정은의 스승역할을 한 인물이다. 집권 2년차, 김정은은 고모부이자 북한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까지 처형한다.

지난 2016년 5월 열린 7차 당대회에서 그는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며,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7차 당대회 이후, 그의 위상은 현지지도 수행을 분석한 결과에 그대로 드러났다. 군 관계 업무를 보는 황병서를 빼놓고는 모두 당 관료로 바뀌었다. 군대까지 틀어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새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모두 젊고 실무에 밝은 테크노크라트들이었다. 장성택, 최룡해, 황병서의 이름 정도만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들. 조용원, 한광상, 오수용, 박태성 등 새롭게 등장한 김정은의 사람들은 누구인가? 김정은과 함께 북한을 움직이고 있는 파워 엘리트 TOP5가 누구인지 전격 공개한다.

“김정은 인사 개편 스타일은 철저하게 실무주의자ㆍ실용주의자를 선호합니다” - 이충혁(가명) 前 조선노동당 평양시당 고위간부-

“당ㆍ정ㆍ군의 시스템들을 정비하고 정상화한다는 것은 국가기구로부터 보좌를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독단적인 판단과 결정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 윤미량 前 통일부 남북회담 상근대표-

세대교체 성공, 김정은 표 정치의 신호탄!

실리와 효율을 강조하는 김정은의 성향은 우리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은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최고인민회의 12기, 13기 대의원 687명의 연령, 출신지, 출신대학, 주요이력, 가계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대의원들의 사회연결망을 분석해, 상위 100명을 추출한 후 표본을 냈다. 

그 결과, 13기 대의원의 평균 나이는 김정일 시대인 12기에 비해 5살 어려졌고, 출신지역과 출신 대학도 다양해졌다.  특히, 김일성과 함께 만주에서 활동했던 항일빨치산의 세습 비율도 30%에서 17%로 대폭 줄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김정은이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버리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김정일을 카리스마형 수령이라고 한다면, 김정은은 시스템형 수령이다” - 윤미량 前 통일부 남북회담 상근대표-

‘조직지도부’에 존재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김설송

북한을 움직이고 있는 주요인사 다섯 명(김여정, 박봉주, 조용원, 최룡해, 황병서)의 사회관계망을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1위에 거론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대표적인 항일 빨치산 2세, 최룡해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조직지도부 부장 직함 등을 추가하며 8개의 보직을 지닌, 실질적인 2인자로 부상했다. 

조직지도부는 명목상 당 중앙위원회 산하 전문부서 중 하나다. 하지만 당 간부 인사와 검열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핵심 권력기관으로 통한다. ‘당 속의 당’으로 불리는 조직지도부에 미스터리한 인물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 김정일과 24일간 동행했던 풀리코프스키가 뜻밖의 증언을 한다. 방송에서 처음으로 김정일이 언급했다는 김설송의 실체를 추적한다.

최초 공개 – 북한의 정통성, 백두혈통. 김일성 항일무장투쟁 관련 극비서류 입수

북한이 정권의 정통성으로 여기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김정은 역시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한 정치스타일을 보이고 있는데. 제작진은 러시아 군사문서보관소와 중국의 공산당 문헌보관소를 1년여간 접촉한 끝에 김일성 관련 극비서류를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소련군의 포상리스트와 김일성의 자필 서명이 뚜렷한 보고서에 담긴 진실을 최초로 공개한다.

전격 분석 – 7년 동안의 연설ㆍ발언으로 밝혀낸 김정은의 속마음

집권 7년 만에, 자신의 곁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운 김정은 위원장이 이루려고 하는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제작팀은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2012년부터 육성연설과 발언, 그가 직접 쓴 글 등을 모두 수집했다. 그리고 신년사와 연설, 노동신문 등에서 김정은이 자주 쓰는 단어를 전수 분석했다. 

시멘틱 네트워크 기법을 사용해 문자의 배열, 단어의 연결 관계에 차등을 둬 수치화 했다.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니라, 내심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를 추출하는 게 목적이었다. 2012년 김정은이 많이 한 발언은 혁명, 인민, 위대, 조선로동당, 인민군이었다. 단어들의 연결 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놀라왔다. 그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지난해, 자기 정치를 시작한 김정은의 발언 속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지 분석해봤다. 2017년 김정은이 가장 많이 한 발언은 인민, 혁명, 수행, 투쟁, 위대 같은 상투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시멘틱 네트워크 분석 결과 김정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전혀 달랐다. 분석 전문가들 역시 의외의 결과에 당황했다. 이 단어들 속에 지금 김정은의 행보, 미국과 중국을 넘나드는 그의 목표가 숨어있다. 김정은의 다음 행보 역시 이 단어들에 기반해 추정할 수 있다.

“김정은을 더 이상 경험 없고 패기만 넘치는 젊은 지도자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그 동안 치열하게 권력을 장악하고, 체제 생존을 위해 어떻게 국가를 경영해왔는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문상균 前 국방부 군비통제 차장-

때론 미치광이로, 때론 전략가로 평가받는 김정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그를 상대하기 위해선 향후 북한이 추구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지금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의 파워 엘리트, 그들의 목표와 전략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29일 밤 9시 50분 KBS 1TV 방송.

출연

라종일 前 국가정보원 제1차장 / 곽길섭 前 국가정보원 대북정보관 / 문상균 前 국방부 군비통제 차장 / 윤미량 前 통일부 남북회담 상근대표 / 조성렬 국가안보 전략연구원 수석 / 이충혁(가명) 前 조선노동당 평양시당 고위간부 / 장광일(가명) 前 조선인민군 고위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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