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장자연 성접대 사건’을 재조사해달라는 청원자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20만명이 넘어선 청원에 대해서는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이상, 조만간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공영방송인 KBS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사실상 조선일보와 현 정권 간 전면전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6년 전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성접대를 받았다는 유력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생략한 채 기획사 대표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수사기관이 의지를 보이지 않은 만큼 사건은 그대로 덮이는 듯 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사건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검토대상에 검토했으나 결국 제외하면서, 재조사는 결국 물거품처럼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이 넘어선 이상, 어떤 식으로든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2년 당시 연예인 장자연 씨가 자살하면서 남겼던 유서는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그녀는 수십명의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썼는데, 그 때 유서에 조선일보 사장이 등장했다. 당시 언급된 조선일보 사장은 방상훈 회장이 아니라 동생인 코리아나 호텔 방용훈 회장이었다. 검찰은 장자연 사건을 수사하며 “‘조선일보 사장’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장 씨와 만난 사람이 방상훈 사장이 아닌 것은 맞지만 또 다른 계열사 사장이 장 씨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코리아나호텔 사장으로 조선일보 대주주인 방용훈 사장(방상훈 사장의 동생)이 장자연과 만났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수사당국이 방(方)용훈의 方자도 꺼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했다. 검찰은 장자연이 언급한 ‘조선일보 사장’이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일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참고인들의 진술도 있었고,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통화기록 역시 확보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기는커녕 고의적으로 사건을 누락시킨 것이다.

고 장자연
오히려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 사장 하 모 씨만 뜬금없이 억울하게 의심을 받았다. 하 씨는 이 때 일로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장 씨와 만난 것이 방용훈 사장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고, 이것이 부인 이 모 씨의 귀에도 들어갔었다고 한다. 3대째 치과의사 집안의 딸로 조용한 성품을 지닌 이 씨는 절대로 남편이 하는 일에 참견을 하거나 나서지 않은 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씨의 우울증 소식이 조선일보 내부에서 흘러다는 것도 이 때쯤이었다.

과거사위도 장자연 사건 재조사

이번 정부 들어서 검찰의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볼 계획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를 제외했다. 그 이유는 정권 초에 조선일보와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 없다는 정무적 판단 때문이었다. 게다가 2017년 11월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둔 마당에서 이 사건을 다루는 것이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기사를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때마침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해달라는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20만명이 넘어선 청원에 대해서는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이상 20만명이 넘는 청원은 국민적 관심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른바 ‘문빠’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2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도는 만큼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심도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KBS가 방용훈 회장의 이름을 실명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 27일 KBS1 ‘뉴스9’ 측은 “고 장자연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기록 입수 결과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식사 자리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주재했다는 진술이 담겼다”라고 보도했다.

▲ 선데이저널 1030호 (2016년 6월 19일 발행). 방용훈 사장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4개의 골프장과 호텔을 매입, 하와이에서 부동산 재벌로 불리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07년 ‘장자연 문건’에 기록된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기록을 보고 고 장자연 리스트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으로 추정하고 조사했다. 그러나 고 장자연과 그의 소속사 대표가 방상훈 사장과 통화한 기록이 전혀 없었고, 대표 일정에 적혔던 ‘조선일보 사장 오찬’ 또한 스포츠조선 사장 A씨와의 약속으로 확인됐다.

결국 경찰은 방상훈 사장에 대한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며 고 장자연이 만난 스포츠조선 사장 A씨를 방상훈 사장으로 착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스9’이 입수한 수사 기록에 따르면 A씨는 “고 장자연과 만난 식사 자리는 방상훈 사장 동생 방용훈 코리아타호텔 사장이 주재했다”라고 진술했다. 고 장자연 소속사 대표 역시 식사 모임에 방용훈 사장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수사팀이 이와 같은 진술을 얻고도 방용훈 사장을 조사하지 않은 것에 한 경찰 관계자는 “누가 주재했든 그 사람을 조사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고 장자연 소속사 대표가 잡혀 진술했고 48시간 안에 구속시켜야 했기 때문에 방용훈 사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인 못했다”고 ‘뉴스9’에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고 A씨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재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원회는 오는 4월 2일 2차 재조사 사건 선정 회의를 열고 장자연 사건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유독 여성 관련 구설수 많아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한 만큼 방용훈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방 회장은 유독 여성 관련 구설에 많이 오르고 있다. 방용훈 사장 부인 이씨는 2016년 9월 2일 서울 강서구 가양대교 인근 한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자녀들이 “아빠가 시켰다”면서 자신을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워 집에서 내쫓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씨는 또 “부부 싸움 중 남편한테 얻어맞고 온갖 험악한 욕 듣고 무서웠다”면서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 인간처럼 살아도 버텼지만 강제로 내쫓긴 날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편지방용훈 사장의 부인이 숨진 채 발견된 수개월 후 사위인 방 사장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장모의 눈물어린 호소와 방 씨 일가의 악행을 알리는 편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편지 서두에는 “방 서방, 자네와 우리 집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났네. 이 세상에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처럼 찢어지는 것은 없다네. 병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로 보낸 것도 아니고 더더욱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도 아니고 악한 누명을 씌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들을 시켜, 다른 곳도 아닌 자기 집 지하실에 설치한 사설 감옥에서 잔인하게 몇 달을 고문하다가, 가정을 지키려 나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내 딸을 네 아이들과 사설 엠블란스 파견 용역직원 여러 명에게 벗겨진 채,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로 맨발로 꽁꽁 묶여 내 집에 내동댕이친 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린 딸을 둔 그런 애미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 나는 솔직히 자네가 죄인으로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걸 기대했네. 그래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으려 했는데 우리 딸이 가고 난 뒤의 자네와 아이들의 기가 막힌 패륜적인 행동을 보니”라고 저주의 고발편지를 보냈다.이 편지가 언론에 회자되자 2016년 11월에는 방용훈 사장이 숨진 아내의 언니 집에 무단침입하려 위협을 가했다. 동행한 아들 방모씨는 돌로 내려치는 등 위협했고 방 사장은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를 들고 현관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 방 사장 부인 이모씨 자살 사건에 대해 처형이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고 의심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스크 수술 이후 남산의 H 빌라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방씨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4개의 골프장과 호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일본에도 수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상당한 재력가다. (선데이저널 보도 참조)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