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조계종단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단식을 하고 계시는 설조 스님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불자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조계종 사태에 대해 내 생각을 몇 가지 밝혀두고자 한다. 더욱이 불교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출가 수행자를 존경하는 불자의 한 사람으로 작금의 조계종 사태가 너무나 실망스럽고 안타까워 몇 말씀 드리게 된다.
아무쪼록 조계종은 이번 사태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 그 동안 누적된 악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며, 이를 위해 의식 있는 스님들이 적극 나서서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기 바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은처자, 학력위조, 재산은닉 등의 의혹에 있다. 이들 의혹에 대해 설정 스님은 부인하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들과 이 문제에 대한 설정 스님의 대응을 보노라면 이 의혹들은 사실이고도 남을 지경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어 여기서는 간략히 몇 마디 언급하는 선에서 그치고자 한다.

은처자 문제의 경우 때와 장소가 바뀔 때마다 말을 바꾸어 말해서 이미 세상으로 하여금 의심을 넘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거니와, 학력위조의 문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재산은닉 문제의 본질은 설정 스님이 한국조경박물관에 투입한 돈을 회수하기가 어렵게 되자 수덕사로 하여금 인수토록 해서 거기서 회수하려 한 것으로 보아 마땅하다.

그래서 설정 총무원장 스님의 경우, 현재 의혹을 받고 있는 은처자, 학력위조, 재산은닉 등이 사실일 수밖에 없는 증거들이 도처에 있거니와, 백보를 양보하여 이들 의혹이 설사 설정 스님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총무원장은커녕 승려로서의 자격마저 결여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출가’를 하는데, 출가한다는 것은 속가와의 인연을 끊음을 의미한다. 설정 스님의 경우 속가와 너무 깊이 연관되어 있어 이러고서야 어떻게 ‘출가’한 승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불교의 핵심교리는 ‘무소유’에 있는 터에, 복잡한 재산관계에 얽혀 있는 것만으로도 수행승으로서의 자격을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금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을 비롯하여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 중요 간부의 대부분이 은처자, 학력위조, 재산은닉, 도박, 성폭행, 성추행, 납치폭행 등의 의혹을 받고 있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어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가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이들 가운데 어느 한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조계종이야 망하든 말든 한국불교야 치명적인 타격을 받든 말든 자신들의 어쭙잖은 자리만 보존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니,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조계종단을 맡겨둘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들을 보노라면 이들은 은처자나 재산은닉보다 더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현 집행부의 파렴치함을 알면서도 대안이 없어 물러나게 하지 못한다든가, 현 집행부가 물러나면 더 나쁜 사람들이 종단을 차지할 것 같아 물러나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모양인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이것은 조계종단과 한국불교를 무시해도 보통 무시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현 집행부보다 더 못한 사람이 조계종단 안에 있을까 싶은 터에 거꾸로 자기들보다 나은 사람은 조계종단 안에 없을 거라고 주장하니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가 귀감이 되어 반드시 반듯한 집행부가 들어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종단 집행부의 이런 파렴치한 짓을 두고 볼 수 없어, 세수 88세나 되는 설조 큰스님께서 벌써 32일째 단식을 하고 계신다. 종단 집행부의 사퇴는 물론 조계종단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해서 말이다. 그런데도 ‘설정 총무원’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성직자의 도리는커녕 인간으로서의 도리마저 내팽개치고 있는 형국이다. 떠들어보았자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불교계가 아무리 권승들의 천지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런 파렴치한 자들이 한국불교를 농락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종단 집행부는 더 큰 부끄러움, 더 큰 파멸에 내몰리기 전에 하루 빨리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장 기 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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