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롯데시네마 제공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은 2016년 9월에 공개된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및 감독을 맡았고, 톰 행크스가 설리 기장을, 아론 에크하트가 부기장 역을 맡았습니다. 탑승객 155명을 태운 1549편 여객기를 조종하던 설리 설렌버거 기장은 갑작스런 사고에 직면합니다. 비행기가 충분히 고도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 떼들이 날아들면서 충돌하여 양쪽 엔진이 모두 망가지고 맙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비상 착륙을 시도해야 하지만 시간은 208초밖에 없습니다. 지상으로 착륙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비행에 시간도 촉박하게 되자 설리 기장은 위험한 결정을 내립니다. 850미터 상공에서 허드슨강으로 수상 착륙을 시도한 것입니다. 거대한 비행기가 추락하듯이 허드슨 강으로 직행하는 모습을 헬기가 포착합니다. 비행기 안의 승객들은 겁에 질리지만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비상착륙 자세를 취한 후 충격에 대비합니다.

이 영화가 재난 영화였다면, 영화 초반에 설리 기장이나 승객들의 행복한 상황이 나오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비행기에 탑승한 후 갑작스런 사고에 직면해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 착륙하기까지의 비상상황, 그리고 무사히 착륙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형식을 취했겠지만 이 영화는 좀 다릅니다. 비행기 사고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없이 사고의 결말이 나오고, 그 다음에 설리 기장의 심리적 상황이 다뤄지고, 뒤에 가서 사고 당시의 진상이 밝혀지는 형식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면이 오버랩 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조급증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 모든 게 밝혀지길 바라며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허드슨 강위에 착수해서 승객들이 모두 구조선에 오를 때까지 물이 들어찬 비행기에서 나가지 않고 좌석 하나하나를 다 체크하는 기장의 모습은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155명의 마지막 승객까지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야 안심하는 기장의 모습을 보면서 리더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판단으로 승객들을 모두 무사히 구조했지만 설리 기장은 과연 그 판단이 적절했는가를 놓고 청문회를 받게 됩니다. 부기장인 제프 스카일스는 이런 사실에 분개합니다. 비상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가까이에 있었는데 승객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수상 착륙을 시도한데다 비행기 기체도 못쓰게 만든 것에 대해 기장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설리 기장은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자신이 과연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양쪽엔진이 모두 고장난 상황과 다른 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다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술적인 지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밤거리를 배회하며 청문회를 기다리는 설리 기장의 고뇌와 답답함이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설리 기장은 청문회 직전, 비상 착륙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청문회 당일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시뮬레이션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몇 번을 해봐도 허드슨강이 아닌 인근 공항으로 갔다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을 거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설리 기장은 이 결과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수많은 비행시간 동안 익힌 비행 기술과 직관이 틀렸을 리 없다며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습니다. "어떤 요소"를 다시 적용해 시뮬레이션이 재시도되고, 결국 설리 기장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됩니다.

이 영화의 감동적인 부분은 마지막 장면에 있습니다. 당시 무사 생존한 실제 비행기 승객들과 설리 기장이 영화 말미에 등장해 서로 감사를 나누고 생환을 축하하는 영상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사람은 언제든 우발적인 사고와 불행에 직면할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 길을 찾는다면 생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랜 시간 닦아온 자기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믿고 과감히 행동할 때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 설리 기장 본인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한 톰 행크스의 말이 필요없는 연기와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마다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을 현실감있게 담아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이 감동을 극대화시켜주고 있습니다. 몇 번을 봐도 감동이 계속 살아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자기 희생과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우리 주변의 실제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