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4년만의 단독 신작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4년만의 단독 신작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어차피 선진국 개념도 의미가 없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선진국 뒤만 쫓을 게 아니라, ‘선망국’(先亡國)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합시다. 한국은 이미 굉장히 앞서가는 선망국이죠. 이 선망국에서 청년 문제, 세대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을 나름대로 찾는다면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세상이 계속 좋아질 것을 믿는 근대 문명은 수명을 다했다”
대전환의 시대, 인류학자가 말하는 풍랑을 헤쳐가는 법

근대 문명과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는 시대. 저출산은 가속화되고, 기술 독주는 심화되며,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 기후변화로 뜨거운 몸살을 앓고, 전 세계적으로 실업과 난민과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 거시적 틀에서 인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온 인류학자의 눈에 비친 지금 이 시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와 그 안에 속한 개인이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 찾아야 할 선택지는 무엇일까?

이 책은 시대 흐름을 읽고 대안교육, 마을살이, 청년문제 등에서 대안적 공론의 장과 실천적 담론을 만들어 온 인류학자 조한혜정의 4년만의 단독 저서다. 그는 지금 이 시대를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빌려 ‘궐위의 시간’이라고 진단한다. 오래된 왕은 죽고 새 왕은 오지 않은 과도기, 그것은 곧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인 ‘위험사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전환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와 방법을 모색해 본다.

“전환의 시대란 헌것은 맞지 않고 새것은 만들어지지 않은 궐위의 시간이다. 오래된 왕은 죽고 새 왕은 오지 않은 과도기라는 말이다. 때로 절망에 빠지기도 하면서 오래된 관계와 결별하고 새 관계를 맺어야 하고 험한 곳에 길을 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실험정신이 필요하고 특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쟁과 적대에 익숙해진 몸을 ‘재생’과 ‘상생’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 214p

근대 문명과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는 시대. 저출산은 가속화되고, 기술 독주는 심화되며,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 기후변화로 뜨거운 몸살을 앓고, 전 세계적으로 실업과 난민과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

거시적 틀에서 인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온 인류학자의 눈에 비친 지금 이 시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와 그 안에 속한 개인이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 찾아야 할 선택지는 무엇일까.

시대 흐름을 읽고 대안교육, 마을살이, 청년문제 등에서 대안적 공론의 장과 실천적 담론을 만들어 온 인류학자 조한혜정은 지금 이 시대를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빌려 ‘궐위의 시간’이라고 진단한다. 오래된 왕은 죽고 새 왕은 오지 않은 과도기, 그것은 곧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인 ‘위험사회’이기도 하다.

조한혜정은 '선망국(先亡國, 먼저 망한 나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가파른 성장 이면에 새겨진 한국사회의 특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가장 빨리 잘 사는 나라가 된 동시에, 가장 빠르게 ‘망해가는’ 사상 초유의 징후들을 드러냈고, 이를 인지한 시민들은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 시위’를 통해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먼저 망하는 선망국으로 남을 것인가, 오히려 주변국의 위치에서 그 ‘망함’을 잘 극복함으로서 비전을 제시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 탄핵 정국과 시민 혁명, 신고리 원전 공론화, 저출산과 고령화, 비트코인 광풍, 차별에 찬성하는 청년들, 강남역과 구의역, 기본소득제, 4차 산업 혁명, 미투 운동, 남북정상회담 등 격랑의 시기에 놓인 한국사회에 당면한 시대적 현 사안들을 면밀하게 돌아보게 하고, 이 분석과 성찰을 통해 미래에 대한 혜안과 해법을 전한다.

인구절벽을 우려한 각종 저출산 대책과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각종 지원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왜 그런 정책은 효과가 없는 걸까. 조한혜정은 그런 식의 정책은 ‘노동력’으로 부를 일으킨 1차 근대의 언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위협해가는 상황에서, 단지 출산율을 높이자거나 임대주택을 줄 테니 애를 낳으라거나 수당을 줄 테니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 대신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즐겁게 작당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기획할 수 있는 창의적 공공지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 분배가 필요하며,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한다. 단지 취업을 위한 지원이 아닌, 피폐해진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졌을 때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한혜정은 국민, 시민, 난민의 정치학을 이야기한다. 외세의 침입으로 근대화가 본격화된 한국의 경우 근대의 역사는 동원된 애국적 국민을 양산하는 과정이었다고 진단하며, ‘국민성’이라는 말은 단일화와 통합을 강조하는 반면 ‘시민성’은 다양성과 연대를 중시하는 용어라고 정의한다.

Cho, Hae-joang,趙惠貞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시대 흐름을 읽고 실천적 담론을 생산해온 학자로서 제도와 생활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문화해석적 시대 탐구를 해왔다. 1980년대에는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창의적 공공지대를 만들어 여성주의적 공론의 장을 열어갔으며, 1990년대에는 ‘하자센터’를 설립해 입시교육에 묶인 청소년들이 벌이는 ‘반란’을 따라가면서 대안교육의 장을 여는 데 참여했다. 2000년대부터는 신자유주의적 돌풍에 휘말린 아이들과 청년들 걱정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대청마루(범사회적 대화기구)’의 대표를 맡아 관민 협력의 장을 열어갔다. 최근에는 공멸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서울과 제주도, 동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새로운 학습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로지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통합을 강조하며 달려온 ‘국민’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연대하는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은 일정하게 국가와 민족적 정체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지역사회의 주민이자 글로벌 시민으로서 세계를 살려낼 공공적 활동의 장을 가진 존재다.

나아가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당선, 인종주의 테러의 급증과 난민에 대한 혐오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적대의 분위기를 우려하며, 한국이야말로 난민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가정 적격인 나라라고 말한다.

「선망국의 시간」 조한혜정 지음(사이행성·2018)

신의 자리를 인간이 대신하게 된 근대화 과정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실존적 욕망은 오히려 자신을 소외시키고 외로움과 공허함만 남겼다. 조한혜정은 이러한 근대화 과정에서 과잉 주체화된 자신을 내려놓고, 심심하고 느긋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자리를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그 곳은 미셀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토피아’로 볼 수 있다.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를 갈망하는 대신, 어쩌면 지금 바로 내 옆에,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그 ‘어딘가’에서 쉴 곳을 찾고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은 채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난망국의 시간>은 조한혜정의 4년만의 단독 저서로, 대전환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와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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