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피해와 조선인 통일위령탑

[뉴스프리존= 안데레사 기자] 히로시마 원폭 피해와 조선인 통일위령탑

오늘 히로시마 조선인피폭자협의회 이사장이신 김진호선생의 안내를 받아 평화기념공원을 돌아보았다. 아버님이 경남 창원 출신으로 올해 74세이시다.

우리가 모두 아는대로 8월 6일 히로시마 20만 사망자 중 10분지 1인 2만명이 조선이 원폭 희생자이고 이틀 후 8일에 터진 나가사끼에서는 약 만명의 조선인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사장님 부모님은 당시 히로시마 외곽 지역에 사셨는데 두 누님이 히로시마 시내 군수공장에서 강제로 일하시다가 희생을 당하셨다.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될 때 일본정부는 처음부터 조선인을 위한 위령비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수 없이 피해자 가족들이 돈을 모아 위령탑을 1970년에 세웠는데, 처음에는 평화공원 밖 강 건너 길가 조그마한 장소에 세웠고, 거기에서 따로 위령제를 지냈다. 당시에는 다수의 희생자 가족이 민단계였기에 남한의 한갑수선생에게 글을 부탁하여 비를 세웠다. 이때 분단 대립이 극심했던 시절이라 사실상 북쪽 가족 희생자들은 제외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추모객들이 계속 찾아오게 되면서 이 또한 민족차별이 아니냐고 하는 사회적 여론이 일어나고 히로시마 시장에 진보적 인사가 당선되면서 평화공원 안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적극 논의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민단과 총련이 서로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총련은 이전을 하는 김에 남북 양쪽의 희생자를 함께 기억하는 통일위령비를 세우기를 주장했던 것이고 민단은 여기에 별로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자꾸 흘러가고 잘못하면 기회가 영영 사라질 것 같아 총련측에서 이 문제는 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양보하여 1999년도에 비로서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이사장님의 의견은 이제는 427 판문점시대를 맞이하였으니 이에 걸맞게 남북 희생자를 모두 기리는 통일위령비를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시다.

그렇다. 죽음에 무슨 남북이 있을 수 있으며 더욱이 이분들은 남북 분단 이전에 희생되었던 분들이 아니던가? 속히 통일위령비를 세움이 마땅하다고 본다.

평화기념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세계평화기념성당이 있다. 영어예배가 있다하여 오후에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가서보니 본당은 수리 중이라 지하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필리핀 사람들이 중심이 된 예배였다. 필리핀 가톨릭은 개신교에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국민성이 그래서 그런지 부르는 성가들이 모두 밝고 흥겹다. 약 70명정도가 모였다. 좋았다.

하고자 하는 말은 이 영어미사가 아니라 이 성당 자체에 대한 것이다.

 이 성당 건물은 휴고 에노미야 라살이라는 신부님에 의해 주도적으로 세워졌다. 피해 당사자이기도 했던 신부님은 무너진 성당을 건립할 때, 히로시마 원폭과같은 참사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뜻을 교황님에게 전하고 허락을 받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금을 모아 건축한 것이다. 외부도 웅장하고 내부 수리중이긴 하지만, 성전 모습 또한 장엄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런데 세워지는 기간은 원폭 5년째인 1950년 8월 6일에 시작하여 1954년 8월 6일에 완공했다.

묘하게도 이 시기가 한국전쟁 시기와 겹친다. 옆 나라 일본은 자신이 일으킨 전쟁에서 미국의 원자폭탄 두발을 맞는 등 큰 참화를 겪었지만, 300만이 죽어간 한국전쟁의 참화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한국전쟁은 일제 식민지 지배에 이은 남북분단에 의한 결과이다. 남북분단은 일본과 미국이 공모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당시 소련은 여기에 응한 것이다. 많은 유럽의 성당이 참여했지만 추측하기로는 가장 많은 돈은 미국에서 모았을 것이다. 미국 크리스챤들은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많은 죄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를 갚기 위해 성당 짓는 일에 적극 호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는 것은 모순된다. 병주고 약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원 명단에 보면 미국 성당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그 건축을 하는 시기동안 벌어진 한국전쟁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한국전쟁은 세계평화와 별 관계가 없었던 일일까? 짧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 나라는 전쟁을 하고 다른 한나라는 세계평화를 위한 성당을 건립하고... 꼭 그래야만 했을까? 성당건립을 중지하고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한 실천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어느 것이 예수께서 원하는 일이었을까? 성당건립일까? 아니면 평화행진일까? 성전건축기금이라 할지라도 한국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해 쓰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었을까? 군산복합체의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또한 한국전쟁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경제부흥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가 베트남전쟁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수많은 달라를 벌여들였듯이 말이다.

난 오늘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종의 분노는 어쩔 수가 없다.

시기로도 겹칠 뿐더러 그 대부분의 건축기금은 바로 우리 남과 북 300만 민중들을 죽이는 무기생산과 소비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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