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영 시집 ‘꽃들의 이별법’ 중심으로

박 재 홍( 시인/ 문학마당 발행인)

‘각’을 표시할 때는 그리스문자를 사용하고 도형의 꼭짓점으로의 각은 알파벳 대문자를 사용한다는 방법론은 문정영시집 『꽃들의 이별법』에서 새로운 詩(시)의 감성과 방향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반직선과 반직선이 맞붙었을 때 꼭짓점 안팎에서 생기는 공간 또는 그것의 크기를 꽃에 빗대어“꽃의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꼭짓점 이별의 각이 없다”라고 문정명시인은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 그러하게 꽃을 바라 본다”라고 시인하며 나지막하게 잇는 긍정의 삶이 시집의 시인의 말을 빌려 얘기하고 있었다. 

“네 앞에서 꽃잎 위 물방울처럼 있는다/ 새벽이 지나간 자리가 빨갛다/ 작은 무게를 버티는 것이 꽃들의 이별법/... 중략...『꽃들의 이별법』”에는 관계성에 대한 조심스러움으로 순간순간의 찰라를 향해 어제와 오늘에 관한 내일의 선명한 긴장이 잘 드러나 있다. 

“... 기억 같은 건 믿지 말라, 그 말을 새가 물고 있는 동안 네가 내 안에 멈추어 있었는지, 비어 있었는지 있다가 사라져버린 것들이 나에게 묻는다 ... 중략... 『아스피린』을 읽다보면 시간은 시인의 가슴속에서 원근을 유지하고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수첩에 적힌 계절은 느리게도 오지않고 스스로의 눈 안에 눈에 덮여 있는 저녁은 갈 까마귀 목덜미 빛이고, 아침에 먹은 아스피린으로는 스스로의 살아있는 고통이 용해되어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하며 밀랍인형이 되고자 결정한다. 그렇게 ”결국이라는 것은 허공의 말이 되어 천천히 지열“되는 시인의 시선이 시집의 전체 긴장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스어를 표기하는 문자 체계를 보면 그리스어, 알바니아어, 터키어를 표기하는데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그리스어에만 사용되는 문자 라틴문자와 키릴 문자처럼 “...생략... 그의 꽃이 지는 것을 본적이 있다/ 중심이 세워졌다가 사라져가는 것을 모르는 척했다/ 바람과 햇빛을 입지 않는 山처럼 내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어찌 슬픔뿐이랴/ 나를 입은 그가 가벼워진 神話처럼 납작하게 누워 있다 『가운』이라는 시를 통하여 일상에 꽃이 되어 있는 스스로와 이웃에 관한 슬픔을 좌시하지 않는 그는 별도의 독립된 역사성을 반추하며 빚어지는 일상적인 용도에 관한 시의 구조적 단단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시라는 것은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자연발생한 문자와 같다 보니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태적 환경의 시의 구조나 형태가 조금씩 달라졌고, 긴장의 의미구조가 나타내는 쓰임새가 각기 달라져 문정영시인만의 독자성을 형성하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 비타민 』, 『 속초, 푸른 』, 『 복도 』, 『 우추프라카치아 』, 『 독주 』, 『 얼음 』은 자신의 원시성에 대한 가혹한 형벌에 가까운 시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것은 『 그릇 』이 되었다. 

“색을 비웠다/나를 가지고 놀던 그릇, 그 그릇이 못 된다는 말에, 색을 가질 수 없었다/ 나 한때 너의 공기이고자, 흙의 눈물 안에 넣어두었는데/ 어떤 빛깔로 빚을 수 없고/어떤 모양도 가둘 수 없다/ 내속이 비워져 허공이 집이었을 때 / 왼손으로 너의 별자리를 내 몸에 그려 넣었지/ 안과 밖이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금이 간다는 말에 몇 번이나 다시 흙이 되고 싶었다/ 내 바닥을 막아 들숨 한편이라도 써넣을 수 있다면/ 그릇이 되기 전의 시간에 밀애를 풀어 놓을 것이다/ 색이 없는 나도 너의 그릇이 될까 『 그릇 전문 』, 은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문정영시인의 냉철함은 꽃을 통하여 물질이 빈 것과 다르지 않고 물질이 곧 비었고 빈 것은 곧 물질이니 감각과 생각과 행함과 의식도 모두 스스로 이와 같다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곧 그릇이라고 정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 저녁 』, 『 지붕 』에 드러난 자유로움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내는 작은 여유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물의 흔적 따라가시나요/ ... 생략... 한여름을 펴놓은 평사에서 당신의 가슴을 나누며, 저녁으로 쓰곤 하였는데, 이제 어느 몸에 있는지, 나눌 수 잇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눈빛마저 마주칠 수 없을 때, ‘장흥’하고 부르면 그 시절로 갈 수 있음 같아요..중략... 『 장흥 』”을 보면 반추는 인간의 수구초심이 아닌 코끼리 무덤으로 인도하는 죽음의 실루엣을 벗기는 낙원이 된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그곳에 사랑이 물 흔적처럼 머물러 있다면 우주선을 띄워 화성의 물 자국을 찾는 인간의 욕망과도 같을 테니까 아니 그 이상으로 생의 에너지가 되어 운동력을 가질 테니까 그렇지 않겠는가?라고 되묻고 있었다. 

그 뿐인가 시인의 현재를 잘 드러내는 시한 편을 보면 “ 내가 서 있고 네가 지나온 기록이 그믐이다...생략... 『 속도공황장애 』를 보면 결국 스스로에게 반문하여 되묻고 스스로를 들어내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의 발현이 자신의 시점을 ”그믐“에 두고 달이 뜨지 않는 부조리적인 현실상황에서 ”나는 너에게 한 발로 걸어가는 법을 배운다“ 며 깨금발로 걷는 것이 얼마나 위태한 풍광인가 얼마나 인간은 불안한가라고 용기 있게 인정하며 문정영 시인은 걸어가고 있었다. ” ...생략...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서로가 서로를 놓아야 사는 『페이스메이커 』이라며 인정하는 연대의 모습과 “ 내 밑동을 만져봐, 거기 울음 한 동이 묻혀 있을 거야/ 서로의 뿌리가 닿았던 곳에 그늘 웅덩이가 생겼어/ 나무의 심장이 아주 천천히 젖고 있었다/『나무 심장』을 보면 그가 온전하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긍정적 심성을 수행으로 바라보며 느끼는 감성의 생채기를 보면 시인은 결국 ”꽃들의 이별법“을 배우는 중 이었다. 

오늘은 10년 후에 쓸 10년 전의 새로운 모자, 몰래 나를 만나러 온 나비, 이제는 기록하지 않는다, 나는 날아가는 열차/ 너는 백과사전 분량만큼 불안을 적어 마술 모자에 담아 보여주었지 불꽃으로 피기도 하고 불새로 날아다니던 ... 중략... 눈물이 주먹을 몰래 적셨을 때 그 불빛들ㅇ 어디에 둘까 고민하던 나비들 열차는 가고 없고 너와 나는 하나씩 담아온 소원을 수첩에 적어 두었지 『청춘열차』 라는 각오도 있었다. 몸이 퉁소처럼 울리는 시인의 고통은 꽃의 통증과도 일맥상통하는 것도 있다. “내 언어들이 여백을 두기 시작했다/... 중략... 어떤 울음은 야윈 것들의 여백이다, 고여 있는 물이다『물의 행보』처럼 그는 이제는 새로운 생태적 환경에서 바라보는 가장 원초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스스로 꽃이 되어서. 오온은 ‘색, 수, 상, 행,식’으로 부처가 사람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설명하고 있듯이 시인은 물질로 이뤄진 몸, ‘수’는 느낌이며 ‘상’은 대상에 대한 인식 ‘행’은 수와 상을 제외한 마음의 작용을 이름이다 ‘식’은 앞의 네 가지를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은 공과 무의 개념이 다름과 같다. 실존과 존재자체가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고액에서 벗어나는 것이자 문정영 시인의 새로운 방향성과도 같으니 스스로 자신을 깨치는 파천황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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