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부실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연체율이 오름세로 전환했다. 특히 취약계층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진다. 10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그랬듯 ‘폭탄’은 취약한 곳에서 먼저 터지는 법이다.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인 주택담보대출에도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집값의 60%를 초과한 주담대가 은행권에서만 15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 전체 주담대의 약 33%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가계부채 균열 위험을 알리는 신호들이다. 설상가상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인상’으로 방향을 잡은 분위기다.

◆신용 취약한 저소득층의 연체율 상승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장병완 의원(민주평화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들어 오름세로 전환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전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73%로 작년 말 0.64%보다 0.09%포인트, 1년 전인 지난해 6월의 0.70%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2016년 6월 전금융권 연체율은 0.83%였다. 즉 2017년 6월 전년 대비 0.13%포인트나 떨어졌던 연체율이 올해는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업권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신용이 취약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더 많이 올랐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6월과 올해 6월 연체율이 0.25%로 같았지만 같은 기간 보험은 0.49%에서 0.54%로, 상호금융은 1.38%에서 1.42%로 올랐다. 특히 저신용자들이 집중되는 저축은행은 4.34%에서 4.80%로, 여신전문금융사는 3.33%에서 3.62%로 뛰었다.

서민금융 영역을 미시적으로 들어가 보면 위험 신호는 더욱 두드러진다. 국회 정무위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기준 대부업 상위 20개사의 연체율은 6.3%로 작년 말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특히 60세 이상 남성 연체율은 9.8%에 달했다. 작년 말 6.2%였던 연체율이 3.6%포인트 오른 것이다. 19세 이상 30세 미만 남성의 연체율도 7월 말 기준 8.4%나 된다.

서민대출상품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민대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의 대위변제율(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비율)은 7월 말 기준 8.10%로 작년 말 5.46%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주담대 위험신호, 高LTV 대출 150조

국회 정무위 제윤경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주담대 중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이 60%를 넘는 대출은 작년 말 기준 139조원이다. 이는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은행 계정의 약 10%)을 제외한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금공 양도분의 LTV 분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은행권 주담대중 LTV 60% 초과분을 추산하면 약 153조원에 달한다. 전체 은행권 주담대 약 470조원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규모다.

금융위원회는 LTV가 60%를 넘으면 고(高) LTV로 분류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LTV 60% 초과 대출은 고LTV로 보고 위험 가중치를 최대 2배로 높인다.

고LTV 대출 153조원 가운데 LTV가 70%를 넘는 대출도 16조원에 달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 적용되는 LTV(40∼50%)는 물론 조정대상지역과 일반 지역에 적용되는 LTV(60∼70%)도 웃도는 대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LTV가 60∼70%를 넘는 대출은 지난 정부에서 규제 완화로 받았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LTV·DTI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띄운 결과인 셈이다. 

▲7일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점포 유리창에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근 햇살론, 대부업 등 대출을 한 취약계층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깜빡이 켠 한은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계층의 빚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한 기자단 워크숍에서 “10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큰데,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전망치 조정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 목표 수준에 점차 근접해나간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안정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에 대해서도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득 증가율에 비해 높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면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위협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영역에 근접해 있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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