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 국제거래조정연구원 원장 

지난 9월 2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美 공군의 고등 훈련기(APT, 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에서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을 두고 說往說來가 많다. 마치 당연히 될 일이 안된 것처럼, 또는 그 여파로 인하여 향후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보라매 사업, KF-X 사업)도 차질이 생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냉철하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라는 기업의 본질, 그리고 美 정부의 무기획득 시스템 및 自國 방위산업 기업에 대한 관리 정책부터 면밀히 알아야 한다.

한동안 땅콩 회황으로 유명세를 탔었던 大韓航空(KAL)을 두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격의 국영기업이 아니므로 “大韓” 두 글자를 빼야한다는 청원도 진행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韓國’이라는 기업명을 사용하지만 분명히 국영 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이다.

과거 경영 부실 등의 이유로 국내 3개 항공 관련 기업을 통합하여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 회사 명칭을 변경하고 산업은행이 대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엄연히 민간기업 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정부의 연(緣)이 있는 사람들이 사장으로 낙하산 취임하는 구조를 가진 독특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산업은행 외 특수 관계인 26.8%, 국민연금공단 8.34%, 한화테크윈 6%, 현대자동차 5%)

무엇보다도 당초 KAI는 자체적으로 항공기 제작을 위한 핵심기술(지식재산권, IP)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다. 더욱이 국영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항공 산업에 있어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천문학적 수준의 연구 개발비는 물론, 우리나라 국방부에 대한 독점 납품함으로써 발생하는 엄청난 액수의 양산 비용을 독차지 하고 있다. 결국 독점 납품으로 발생한 막대한 영업이익은 민간 기업인 KAI의 수익으로 하는 반면 경영난이 발생하면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감사원 출신을 사장으로 앉혔다. 물론 하성용 前 사장이 5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구속되었다는 이유로 비리 척결 차원에서 그 분야 전문가를 앉혔다고 하겠으나, 그러한 일들은 정부기관인 국세청, 검찰, 경찰의 고유 업무이다. 기업은 관료 출신이 아닌 그 분야의 전문 경영인이 운영을 해야 한다.

여기서 대부분 운동권 출신으로 ‘이미지 마케팅 정치’에는 능하나, 정작 조직 경영, 행정 경험이 없는 現 정부 주요 인사들이 펴는 인사정책의 아마추어리즘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전체국가 또는 사회주의 국가 아닌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경제인들이 기업 경영에 충실하고, 사정기관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근 포항에서 추락하여 대대장 이하 많은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마린온 헬기(수리온의 해병대 버전)의 경우, 유럽 에어버스 기술진이 自社의 구형 헬기 도면을 토대로 일부 변경하여 설계하고 제작한 기종이다.

특히, T-50의 경우 그동안 독자 개발된 기종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美 록히드마틴 기술진이 와서 F-16을 기반으로 설계해 주고, 만들어주고, 핵심 부품도 납품하고, 수익의 상당부분을 라이선스 비용으로 가져가는 구조로 사업을 유지된다.

이번에도 엄밀히 말하면 美 록히드마틴社와 美 보잉社의 대결 구조에 兩社 밑에 한국의 KAI社와 스웨덴의 샤브社가 각각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동참하는 구조이다.

KAI도 최근 모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自社는 이번 사업을 핸들링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18조원 규모라는 사업의 사업 이익의 배분도 마찬가지이고, 미국산 부품 사용, 현지 공장 설립 등 고려시 한국內 대규모 일자리 창출도 KAI가 주장하는 만큼의 막대한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자 이제 “국제 무기거래 사업”라는 틀에서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자.

미국은 철저하게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나라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 정부는 ‘리불린’ 이스라엘 대통령의 訪韓을 거부한 바 있지만, 미국 內 막대한 경제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경제인들의 영향력, 그동안 美 방위산업 기업들간 인수 및 합병 등을 통해 록히드마틴社와 보잉社라는 양대 산맥으로 재편된 이래 그들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 내 정치 세력간 로비 및 물밑 교섭도 상당한 실정이다.

또한 특정기업의 독식을 막기 위해 또는 미국 內 방위산업 기업들의 균형을 위해 美 정부 및 국방부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단순히 最低價란 이유만으로 ‘보잉-샤브 컨소시엄’이 同 사업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 되었다는 것은 유치원생 수준에서나 할 이야기이다.

만일 향후 ‘보잉-샤브 컨소시엄’이 그들이 제안한 最低價 입찰 가격으로 사업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우선 협상자 자격을 잃게 되더라도, 이미 ‘보잉-샤브 컨소시엄’이 매우 낮은 가격으로 사업자로 선정되었던 만큼,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그들이 원했던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입찰가를 제출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고 록히드마틴社의 입장에서는 더욱 美 본토에 부품을 수급하는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KAI의 역할도 축소될 밖에 없다.

美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전투기 사업을 독식해 온 록히드마틴社 대신 보잉社의 손을 잠시 들어 주면서 보잉社의 체면을 세워주는 한편, 스웨덴에게도 무기를 대량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인 대통령의 訪美 기간중 일본 아베 총리를 만나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했다고 보도되었다.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국가이다. 實益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政派를 초월해서 國益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일본 정부에는 압력을 행사하여 美-中간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입장을 더욱 대변하도록 하고, 한국에는 現 정부가 원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 정치적 명분’만 주고, 自國내 방산업체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한편, 미국산 부품 사용 증가 및 현지 훈련기 생산 공장도 신설함으로서 自國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세계 항공기 수출 시장에서 생존력을 스스로 강화할 수 있도록 기업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정부의 그늘에서 영업하는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빨리 벗어나 기술 제공 기업인 록히드마틴社에 대한 협상력, 그리고 국제 항공기 시장에서의 국제 협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과거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잔재인 명분에 치우치기 보다는 좀 더 實利를 구할 수 있는 국제관계, 국제협상, 국제 무기거래 시스템에 해박하고 고도의 협상 전략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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