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안데레사 기자]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자.’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지내자.’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자.’

‘일은 열정적이며 완벽하게 하자.’
‘생각을 바르게 그리고 똑똑하게 하자.’
‘감사하자. 감사하자. 그리고 겸손하자.’

법과 정의를 위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헌신적으로 돌보며 노력하다가 그만 건강을 해치고 세상을 떠난 한 검사가 낡은 수첩에남긴 다짐입니다.

3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이상돈 검사는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이 뻔한 다짐을 묵묵히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보통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길 때,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하던 검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수십 건의 미제사건을 후임에게 남기는 상황이 많은데 이상돈 검사는 고작 한 건의 사건을 남기고서도 미안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언제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노력하고 헌신하던 이상돈 검사는 2018년 9월 7일 새벽, 천안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아내와 세 살 난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정말 수첩에 적은 대로 살았던 검사.’
‘후배지만 선배같이 훌륭하게 살았던 검사.’
동료 검사들은 그를 애도하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감사하자. 겸손하자. 배려하자. 사랑하자.’

이상돈 검사가 수첩에 남긴 짧은 다짐에는 이 모든 세상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을 실천하며 살아온 이상돈 검사의 인생이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2015년 임관한 4년 차 검사였습니다. 동료 검사들은 '남을 배려하는 게 몸에 밴 사람'으로 그를 기억합니다. 보통 검사들은 인사철이 돼 자리를 옮길 때 처리하지 못한 미제(未濟) 사건 70~80건 정도를 남기고 떠납니다. 그런데 그가 지난 1월 인천지검에서 천안지청으로 옮길 때 후임에게 남긴 미제 사건은 단 한 건이었습니다. 그는 그마저도 무척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그의 십계명 중엔 '건강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자'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한 검사는 "다른 건 다 지키면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자는 욕심에 자기 건강을 지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천안지청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검사 이상돈은 타인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약자를 배려하며 살아왔다"면서 "부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검찰에 있는 동안 온 힘을 다해 헌신했던 그를 잊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난 사람'이 아닌 '된 사람'으로, 훌륭한 성품을 가진 이 나라의 기둥으로 키울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천안지청과 그의 동기 검사들은 현재 그의 어린 아들을 위해 장학금을 모으고 있다. 또 그의 죽음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이상돈 검사는 지난 7일 새벽 2시 12분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천안지청의 서른다섯 살 검사 이상돈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밤늦게까지 사건을 처리하고 관사로 쓰던 아파트로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119 요원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그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과로사(過勞死)로 추정됐습니다. 그는 서른 살 아내 서모씨와 세 살배기 아들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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