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5회

나에게 한쪽 집어서 주었다. 우리 집에서는 제사 때나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나는 받아서 맛있게 먹으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은지가 부러웠다. 그런 날이면 나는 아예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갈 때가 많았다. 텃밭에 주렁주렁 열린 강낭콩을 푹 삶아 그 즙에 밀가루를 떼어 만든 콩 수제비를 끓여줄 때는 정말 맛이 있었다. 거기에 먹음직한 열무김치, 멸치조림, 콩장, 콩치구이 등……

짜디짠 우리 집 김치와 반찬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자! 더 먹어라, 니는 어쩜 그렇게 먹성이 좋고 복스럽게 생겼냐! 은지 니도 희아처럼 좀 먹어 봐라!”

나는 두 사발이나 배불리 먹고 집에 돌아왔다.

“니가 거지냐!”

엄마는 빨리 집에 오지 않고 그곳에서 눈치를 보면서 먹을 것을 힐끗거린 나를 짐작하면서 화를 내며 매를 들었다.

“계집애가 해가 저물면 일찍 와서 설거지도 하고 방 청소도 할 것이지,나이가 열세 살 이나 먹었는데도 어찌 그렇게 철딱서니가 없냐!”

나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싹싹 빌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6학년의 졸업반이 다가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우리 마을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가 서울에서 전학을 왔다. 그 여자아이는 은지보다 더 예뻤다. 눈이 크고 코도 오뚝하였다. 우리가 부러운 것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빨강색 원피스에 시원한 커트머리! 그리고 예쁘고 큼직한 눈은 서울의 세련된 소녀의 모습으로 시골뜨기인 우리를 압도하였다. 은지는 그 선영이라는 아이와 급속도로 친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은지는 우리 집에 놀러오지도 않았고 선영이와 같이 다녔다. 선영이와 단짝이 되자 은지는 차츰 나와는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은지가 전교 회장이 되고 공부도 잘하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 은지 아버지는 학교의 대표 육성 회장이었고 그런 빽으로 반 아이들에게도 으뜸으로 돋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얼굴도 예뻐서인지 한편의 여자애들은 은지를 추종하였다. 그러나 은지가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것은 순전히 빽이라고 생각하는 여자아이들도 있었다.

“사실 니가 더 똑똑하고 실력이 있다. 니가 농번기 때 결석을 하지 않았어도 일등은 하 고도 남았어. 은지 그 가시나 말이다 우리 촌구석 아이들을 무시하고 요즘 선영이하고만 어울리는 것 알고 있냐?”

드디어 우리도 의기투합하여 한 패가 되어서 은지와 선영이 편과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그 말에 힘을 얻어 내편의 여자 아이들을 끌어 들이고 빽으로 앞서가는 은지를 저지하였다. 은지 편의 아이들은 우리 편에게 <못난이>라고 놀려대었다. 우리 편의 아이들은 모두 얼굴도 호박 같고 뚱뚱이들이라고 대놓고 놀려 댔다.

결국 우리 6학년 여학생은 <빽쟁이> 패와 <못난이> 패로 나뉘었다. 그들은 우리의 약점을 들춰내고 공격하였다. 사실 나의 패 아이들은 공부는 못하지만 착하고 의협심이 많은 아이들이었다. 은지 편은 약간 간살 끼가 있고 아부의 근성을 가지며 스스로 예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기질의 아이들이었다.

드디어 우리는 토요일 오후에 학교 밖의 논두렁과 냇가 사이의 버드나무와 보리밭을 근거지로 삼아 접전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보리밭 쪽에서 모였고 저편은 버드나무 밑에 모였다. 우리는 입에 나팔 모양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못난이라고 무시한 가시나들아! 이리 나와 한 판 붙어볼까!”

저쪽도 지지 않고 큰 소리로 나팔 입을 모아서 외쳤다.

“니네들이 그럼 못난이들이지. 거울을 한 번 봐라. 어디 한 군데라도 이쁜 구석이 있냐. 입은 찢어지고, 코는 주먹코고, 먹는 것은 돼지 같고……”

“뭐? 뭐라고 이 간살스런 가시나들아. 언제는 잘 먹는다고 부러워하더니만”

“뭐가 부러워? 그냥 빈말로 하는 것도 모르냐. 그러니까 못난이지.”

“…………!”

결국 그 날의 접전은 우리의 패배가 되었다. 우리는 그들이 놀려대는 말에 꼼짝없이 당하였다. 억울한 나는 우리 편에게 분함을 무마하기 위해서

“참는 자가 복이 있다고 했다. 그냥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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