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안보에서 평화 중심으로 생각 바꿔야

북한문제 연구 세계적 권위자인 박한식(79)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남북한이 통일이 되려면 북한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을 거치는 ‘변증법적 통일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11월 7일 오전 10시 서울 옥인동 (사)희망래일 사무실에서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남북 통일을 말하면서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유아적 발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통일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가 말하는 변증법적 통일론은 정과 반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합을 이뤄가는 철학적 개념이다. “남북 통일도 정반합의 역사적 발전원리를 따라야 합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통일에 도움이 되고 남한은 남한대로 통일에 도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안보 패러다임’을 버리고 ‘평화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도 변증법적 통일론을 이해할 때에야 가능합니다.”

박 교수는 올해에만 남북 정상회담이 3차례 열리고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남북 평화 분위기가 고조돼 있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희망으로서는 지금 같은 한반도 상황이 계속되고 여러 분야에서 남북이 협력하면서 평화 무드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북한은 그동안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공동선언 등 남북 정상이 만나 통일을 향한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한 순간에 허물어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앞으로 국내 상황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만일 향후 총선이나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승리한다면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뒀다.

▲북한문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한식 교수는 “북한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통일이 가능하다”며 변증법적 통일론을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 것을 두 정상에만 시야를 좁혀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두 사회가 정치, 사회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한 현상이 지금의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반영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촛불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문 대통령 혼자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북한도 국가 정통성을 확립한 나라이고 독자적으로 핵무기까지 개발할 정도로 안보도 확립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의 모습에서 바뀔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인이 북한을 좀처럼 방문하기 어려웠던 1980년대 초부터 북한에 50여 차례 다녀온 박 교수는 북한이 최근 들어 경제적으로 성장, 안정됐고 남한에서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북한의 모습이 단편적일지라도 사실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굶어죽는 주민들이 나올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농업의 토착화와 지방화가 과학적, 효과적으로 이뤄지면서 농업생산력이 증가해 지금은 굶어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농업용 토지가 제한돼 충분한 생산량은 못되다 보니 배고픈 사람은 있지만 ‘골고루’ 배고픈 사회이고 북한에는 사유재산이 없습니다. 이것이 한국이나 미국과 확실히 다른 점입니다.”

박 교수는 가장 민감한 사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비핵화를 먼저 이행하라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핵을 갖고 있어야 안전 보장이 된다고 믿는 지도자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면 수용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북한 핵 포기는 조건이 아니라 대화와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안 만들고 이미 만든 핵은 폐기할 것이라는 신뢰가 없는 한 궁극적 해결책은 나올 수 없습니다.”

박한식 교수는 한반도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변수인 주한 미군 철수 논란과 관련해 “주권국가에서 타국의 군대가 군화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통일 후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주한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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