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2회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자기 성에 갇혀서 편협하게 대하는 것일까! 그녀는 이상한 병의 포로가 되었다. 미움과 질시의 탁한 사람공기가 가슴을 조여왔다. 그런 세월 속에 나는 조직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상사의 비위를 맞추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나타날 때는 좀 허름하고 보통차림으로 나타났었고 마음에 없는 말이라도 그녀를 추켜 세워주는 말을 하였더라면 냉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난지도는 커다란 쓰레기 매립지로 퇴색하고 서서히 침식하고 있었다. 그 곳의 공기는 또한 악취와 먼지로 탁하여져 갔다. 난 사람공기와 아울러 탁한 공기로 지쳤을 때, 다행히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갔다.

새로 발령 받은 곳에서는 직장생활의 요령을 터득하면서 잘 적응하였다. 거기서 내가 익힌 것은 조직사회의 생리를 잘 알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부도 적당히 하고 사람들과 활발히 어울리는 사교성도 적절히 익혀야 하는 견습시간이라고 할까? 속되고 속된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이것이 나의 인생의 폭을 더 넓히고 성장하는 단계의 삼십대의 여로였다.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가 될 수 있고 난지도가 원래의 꽃동산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마음의 개조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을 가슴깊이 새겼다. 그래서 새로 온 이 곳의 강북의 생활은 난지도가 생태공원으로 변모하기까지 인생의 도상에 있었다.

그 후 4년이 지나고 나는 공교롭게 또다시 동일한 난지도 부근의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이 곳은 분명히 피하고픈 지역이라 반갑지 않았다. 자석과 같이 끌어당기듯, 내 삶은 자꾸 난지도상에서 맴돌고 있었다. 어쩌면 난지도의 고통 때문에 다음 학교에서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다시 밟은 난지도는 새롭게 변화하고 있었다. 내가 떠날 때 쓰레기 매립지였는데, 이제는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월드컵 경기장이 세워지고 그 주변에 녹지가 형성된 대형파크로 변모하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다. 그것은 이제 내 인생의 도상에서 얼어 붙었던 가슴 속의 고드름이 녹아지고 새롭게 생동하는, 내적인 반주가 울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벅찬 기대를 안고 그 해 삼월의 봄을 맞이하였다.

어느 봄날 수업을 마치고 복도를 향하여 걸으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주위의 환경이 많이 변화하고 있었다. 주변의 판잣집이 헐려지고 아파트가 들어섰고, 철도 길의 옆에는 큰 도로가 확장되고 있었다. 그 곳에 세워진 아파트는 ‘풍년아파트’였다. 그 아파트에 누가 이사를 하는지 이삿짐의 센터의 커다란 트럭이 들어서고 있었다.‘요즘이 이사철이지’ 하는 나의 시야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의 사람이 보였다. 자세히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최석과 성혜란’

분명히 그들의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몸을 피하여 교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가슴과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위의 신문을 집어 들었다. 교무실의 교사들은 각자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며 신문을 보는 척하였다. 흥분된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나를 가려주고 있는 신문의 일면에는 히딩크 감독의 얼굴이 크게 찍혀 있었다. 그 밑의 기사내용은 월드컵 유치에 대한 섬세한 계획이 있었고 오른 쪽 기사에는 선수훈련의 장면이 소개되고 있었다. 내가 감았던 눈을 떠보니 히딩크의 눈과 나의 눈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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