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형 작가

저들이 외면할 수 없는 이웃인 것은 저들의 불행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며, 설사 하루 두 끼니로라도 저들을 먹여 살리지 않고서는 민주사회나 공동체 평화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들 수가 늘고 가난의 질곡이 깊어질수록 성실한 근로자들 부담이 무거워질 것이고 자본주의의 혹은 더욱 악성화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자못 두려운 것은, 더불어 산다는 공동체윤리가 피할 수 없는 ‘고통분담 피로’에 지쳐 의심되고 외면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이제는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무섭게 불어나는 낙오자들을 주목해야 할 때다. 저들은 옛날과 달라서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다. 저들의 굶주림은 빵만으로는 채워지지 않게 되었다. 희망이 있어야 애옥한 삶을 견딜 수 있다. 저들이 버림받은 낙오자로서 죽지 못해 산 다 비관하며 살 경우 어떤 위대한 정치도 저들을 구제할 수 없다. 저들로 하여금 희망을 버리지 않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사려면 빵과 고통을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살맛나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이건 누가가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라 실제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해결될 문제다.

대체 저 즐비한 낙오자들을 누가 무엇으로 다시 건강한 이웃으로 세울 것인가. 정치인가, 정부인가, 부자인가, 정의로운 분배인가, 아니면 요즈음 턱없이 선망 받는 벤처인가. 그 대답은 결코 새로운 게 아니다.  지속적이고도 큰 규모의 일자리 창출이란 기업의 성장이나 기업의 창업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제일가는 선이자 기업의 으뜸가는 공덕이 고용창출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기업들은 스스로 자초한 잘못 때문이긴 하지만 잔뜩 위축된 채 아직도 거품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느라 정신이 없어 취업문을 활짝 열지 못하고 있으며, 창업은 가뜩이나 그 성공률이 낮은 터에 사이비 벤처열풍에 치고 허술하고 불균형한 정부 창업정책에 밀려 새 일자리 창출에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에 백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공언한 것은 정부가 그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으로 하여금 사업성장을 통해서 하라는 의미며,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창업을 해서 일자리를 만들라는 의미였다. 지금에 와서 그런 정부의 장담이 과장된 과욕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기업의 성장엔진이 그만큼 힘차게 가동되지 못한 때문이며 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때문이다.

가령 기근이 들어 백성이 굶게 될 경우 정부의 역할이란 다음 해 풍년까지 연명하도록 구휼할 뿐으로 굶지 않도록 식량을 생산해 내는 것은 어떻든 농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실업자나 낙오자들한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도 정부는 활발한 고용창출을 촉진하고 지원할 뿐 기업이 해낼 일인 것이다. 이 단순한 이치가 왜곡된 것이다. 물론 좋은 정치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많은 실업자들한테 일자리를 준 성공사례가 다른 나라에 없지 않다.  그러나 그건 정치가 고용창출의 에너지를 제공했다는 의미지 정부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창업양상이나 고용창출육성정책은 당연히 큰 투자가 필요한데 비해 창업성공률이 매우 낮고 많은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는 벤처창업보다는 일반창업 쪽에 초점을 맞췄어야했다. 정부가 그토록 편애해서 튀게 만든 지식정보산업 벤처라는 게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사업이라 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 집약적이고도 소수의 고급인력 중심으로 경영하기 때문임으로 일자리 수나 일의 공유에 있어서는 기존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훨씬 떨어진다. 경영성과(이익)를 나눈 몫의 크고 작은 여부가 곧 일자리 수와 함수관계에 있다면 다분히 능력이 뛰어난 소수중심 경영을 하는 벤처보다는 부족한 능력을 서로 보완하는 협동방식의 경영을 하는 일반창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이 공덕을 쌓아 빛내려면 계속해서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알찬 성장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정부는 요란 떨며 개입할 게 아니라 창업 열기를 북돋고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일 지원육성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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