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전격적인 3기 신도시 계획이 기습적으로 국토부장관의 발표로 일제히 언론에 보도 되었다. 인천 계양구는 서울의 강서구, 부천시와 4차선 도로를 경계로 김포공항과도 인접한 수도권 지역이다. 계양은 김포평야로 쌀 생산지로서의 오랜 농업의 중심을 이루어 지금도 농민은 자부심이 대단하고, 거의 모든 거주자들은 농사를 생업으로 계양농협의 조합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복리와 증진을 가장 중심에 두어야한다는 원칙이고 그 존재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토지에 대한 개발계획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일 것이다. 삶의 터전이 바뀐다는 것은 생존에도 관계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생존에 대한 민감한 사안일수록 국가나 공공기관은 치밀한 사전 준비와 이해관계 당사들의 합의가 필요한 절차이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아무도 모르게 기습적으로 발표한 인천 계양 테크노 밸리 개발에 관한 국가 계획은, 안타깝게도 그곳에 삶의 터전을 가진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국가는 왜 숨기고 감추고 가려서 비밀리에 발표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일까? 선례를 보자면 투기를 사전에 막아보자는 데 그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도된 것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게 진정한 속뜻이었을까? 이미 개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 지역의 땅값은 가격상승으로 매물이 없다. 보도에 의하면 시행자인 LH는 사전 정보유출 의심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 사람의 일에 완벽한 비밀이 있을까?

더욱 가슴치게 아픈 사실은 시민의 대변자로서 시민의 복리에 앞장서고 지켜야할 인천시장은 많은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랑스럽게 개발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의 유치의 공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계양테크노밸리는 인천공항, 인천항과 가깝고 경인 아라뱃길을 이용해 바로 서해로 나갈 수 있다. 서울경기에 비해 저렴한 토지 가격과 낮은 임차료도 매력이다.’(한국일보 2018. 12.28.인용)

농민의 생존과 삶의 터전인 오랜 김포평야의 상징인 계양지역을 자신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저렴한 토지가격’에 비교하는 발상이 과연, 시민복리를 주장해서 시민의 대표가 되어 시민의 생존을 무시하고 과연 공개적으로 치적화하고 자랑으로 삼을 일일까? 지금 계양구의 도로마다 거리마다 국회의원, 시장, 구의원 시의원 등 이른바 집권당 정치인들의 유치를 공으로 알리기 위한 현수막이 어지럽다. 시민의 생존을 조금이라도 깊이 살피고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 현실인 데, 하늘과 이 나라가 심히 원망스럽다.

농민으로서 가장 낮은 가격의 땅을 터전 삼아 맨 몸을 무기 삼아서 농사만을 지어온 것이 죄라면 죄다. 생존을 위한 재주 없는 농민의 표상이다. 토지를 소유한 지주는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시골 농부들이고 많이 배우지 못한 환경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농사뿐인 것이 한스럽다.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노력에 대한 결과를 인정하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강제로 비밀리에 함부로 개인의 생존권을 강탈해도 입 다물고 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더구나,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인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구청, 시청은 전혀 모르는 것일까?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이 정부의 가장 큰 국가 제일 정책이라는 건 허황된 거짓말인가? 생존을 위해 배운 것 없어 농사로 해마다 하늘에 기대서 생계를 이어가는 그 수천 명의 농업전문 농민들을 진정 모르고 있었다면 시정부가 농정을 모르는 무지이고, 알고도 이런 허무맹란한 정책을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농민을 무시하는 공권력이 농민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횡포와 살인적 폭거라 해야 할 것이다.

사전 협의와 공론화는 많은 이론이 있어 다소 느리고 더뎌서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대수가 합의에 의한 결과라면 일의 진행은 빠르고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우리나라의 최고 성군이라 일컫는 세종대왕은 조세정책의 수립을 위해 그 당사자인 백성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무려 17년 이상의 긴 시간을 인내하고 견뎠다. 백성을 위하는 성군의 표상이고, 의견 수렴의 대표적 모범사례다. 백성의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불만과 불평의 시작되고 불신이 비등할 때 정치는 내리막길로 치닫는 경우를 정치사에서 자주 목격해 왔다.

국가의 존재를 위한 제일의 조건이며 근간은 국민이다. 하여 그 권력도 국민의 것이라고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행정은 그 뒷바라지 역할이고 정치가는 국민의 불편과 생존을 위한 파수꾼이고 대변자일 뿐이다. 100만평이 넘는 거대한 국가적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기꾼이 무서워 사전에 일체의 상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해야할 만큼 그 무엇이 두렵다는 것인가? 발표 하는자리에 얼굴을 드러내기위해 늘어선 정치인들은 그런 상황을 대비한 호위무사들인가?

고향이란 무엇인가?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라는 정감을 강하게 주는 소중한 삶의 이력이고, 한 인간의 과거가 쌓인 곳이며, 정이 깃든 곳으로 고유한 영혼의 세계이다. 고향은 시간과 공간이며 정신적인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굳어진 복합체이다. 조상 대대로 오랫동안 살았던 장소와 긴 시간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 감정을 함부로 공권력이 분리시키려는 것은 가혹한 형벌 이상이다.

고향은 그리움, 잊을 수 없음, 고향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은 인간의 공통사항이다. 사람은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한다. 부모를 통한 출생은 생물적인 탄생이며, 고향이라는 장소에서 나고 자라온 것은 지리적인 탄생이다. 그런데 내가 태어난 시간이 동일하기에 자연히 부모와 고향은 하나이다. 그런 정든 둥지를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이 개발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함부로, 강제로 쫒아내려는 이 나라는 진정 누가 주인이고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

광역시장이라는 수장은 성공할 자신이 있다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저렴한 땅값 때문이라고 강변하는 작태는 공권력을 이용한 이 시대의 ‘우월적 갑질’의 왜곡된 표상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대대적으로 정치적 치적이라며 거리마다 요란스럽게 현수막을 내걸고 같은 정당의 구, 시의원이 사진 속에서 짓는 만면의 함박웃음은 가증스럽다. 이 나라에서의 생존권은 이제 주민 각자가 목숨을 걸고 고향을 지키고 사수해야한 단 말인가?

국가도, 관공서도, 정치인도, 공직자도 주민의 생존과 비탄에는 터럭만큼의 관심이 없는 불행한 이 나라! 농토는 농민의 몸이고, 농사는 농민의 영혼이다. 힘없는 농민의 농토를 발판으로 농사를 뭉개고 자신들의 권력과 명예에만 집착하는 공인들만의 나라! 생존은 각자가 알아서 살아야하는 이 나라가 지금,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테크노 밸리! 지금, 여기, 이곳은, 분명 죽음의 계곡이다![=본지의 내용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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