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라인'에 맡기려던 경찰 수사지휘, '아들 학폭' 파문에 하루만에 무산
동급생에 '제주도에서 온 돼지' '좌파 빨갱이' 폭언 및 집단 따돌림 주도, 평소 '검사는 뇌물받고 하는 일' 언행까지 구설수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학교 폭력 가해를 일으킨 아들의 전학을 막기 위해 각종 법적 대응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며 큰 파장을 낳았다. 결국 정순신 변호사는 임명 하루만에 자리를 포기했다.
정순신 변호사는 25일 오후 경찰청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저희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수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오는 26일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논란은 정순신 변호사의 임명이 발표된 직후 터졌다. 24일 KBS는 메인뉴스를 통해 그의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지난 2017년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재학할 당시 학교폭력 가해로 인해 전학 처분을 당했다. 당시 그의 아들은 같은 방에서 지내던 동급생 A씨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 "좌파 빨갱이",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의 언어폭력을 가하고 집단 따돌림까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극단적인 시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들 정모씨는 2018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정순신 변호사 측은 아들에 대한 처분이 지나치다며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을 내며, 적극적인 법적 조치에 나섰다.
당시 검찰 신분이었던 정순신 변호사가 직접 미성년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맡았고, 그의 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으나, 1심부터 대법원은 모두 일관되게 학교 측이 내린 전학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가해 학생이 피해자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수준의 발언을 했고, 기숙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상처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승을 기각했다. 이후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2019년 2월 전학 조처됐지만, 국내 명문대에 진학했다.
특히 해당 사건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것은 학폭 피해자인 A씨가 극단적인 시도까지 하고, 이후에도 제대로 학업을 하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가해자는 명문대 진학을 했다는 점에서다.
또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부적절한 언행을 그의 동급생들이 증언한 것도 파장을 키웠다. 그가 평소 아버지 자랑을 하며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은 '검찰 정권'으로 불리는 윤석열 정부의 또다른 경찰 장악 시도로 해석됐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을 비롯해,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자리다. 이는 사실상 국가수사권의 두 축인 검찰수사와 경찰수사를 사실상 검찰이 모두 지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음에도 검사 출신이 경찰수사를 지휘한다면, 여전히 검찰 밑에 경찰이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지난해 경찰 주요정책에 대한 최종결정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도록 한 '경찰국 설립' 파동에 이어, '경찰 장악'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현재 경찰은 ‘대통령실 이전 천공 개입' 논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김앤장 소속 변호사간의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 논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 중에 있어, 경찰 수사지휘를 검사 출신이 맡게 될 경우 수사 결과는 사실상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뒷말을 더 낳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순신 변호사 파동이 거세게 들끓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또 자신의 라인에 있는 검사 출신을 지명할지 궁금해질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