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주년 3·1절] "역사관 의심스러워" "미래지향적 기념사"
"만세~!, 만세~! 만세~!"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104년 전 3·1 운동의 만세 열기가 재현됐다.
재일 대한민국민단이 주최한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우리 민족의 독립과 자유, 평등을 내세운 3.1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3·1절 기념사에 나타난 한일관계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한 행보를 두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글자 수를 세니 모두 1022자다. 대통령이 된 뒤 맞는 첫 3.1절이며 한일 사이 풀지 못한 숙제가 쌓였는데, 기념사 문장은 홀쭉하기 그지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진지함도 성의도 느껴지지 않는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3.1절을 이리 가벼이 여긴 적은 없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울러 "내용을 보면 더 한심하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념사인가?' 싶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선언했다. 일본이 중요한 협력 상대라는 점을 모를 사람은 없다"라며 "하지만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 또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는 진솔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가 전제돼야 비로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조선인들을 전쟁터 갱도 위안소로 강제동원한 건 아직도 펄펄 끓는 아픔”이라며 "일본이 이 상처를 계속해서 덧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만 보면 이 상처가 이미 깨끗이 아물어 버린 듯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을 받은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이는 일본의 침략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듯한 말투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궤도”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을 입에 올렸다. 그 선열들이 오늘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듣는다면 어떤 심경일지 참으로 두렵고 부끄럽다"라며 "3.1절의 의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진지하게 되새겨보길 간절히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SNS에서 <어느때보다 3·1운동 정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하 "윤석열 정부는 3·1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라며 "윤 정부가 평화와 국익을 저버리려 한다면 민주당이 온 힘을 다해 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라며 "그러나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 없이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가 대일 저자세 논란으로 파장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국익적 발언'으로 정쟁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진화에 나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오로지 국익적 관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라며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 아닌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미래지향적인 우리의 방향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우리의 파트너'라고 말한 부분에 주목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윤 대통령이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노동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역대 3.1절 행사에서 한국 대통령들은 일본을 향해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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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와 독립유공자 여러분. 오늘 백네 번째 3.1절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온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갈망했던 우리가 어떠한 세상을 염원하는지 보여주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금의 세계적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상황,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분절과 양극화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되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누구도 자신의 당대에 독립을 상상할 수 없었던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조국이 어려울 때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하였습니다.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하여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책임 있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그 정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룩한 지금의 번영은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습니다. 그 노력을 한시도 멈춰선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선열들에게 제대로 보답하는 길입니다.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래를 지키고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을 기억하고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하여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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