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쪽 같은 내 새끼
저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 녀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는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과의 갈등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금 쪽 같은 내 새끼’가 설마 저런 학생과 부모는 아닌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여기 <선생님의 스승>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는 모름지기 이렇게 성장하면 어떨까 생각하여 요약 정리하여 널리 알립니다.
【나이가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배운 게 많다고, 꼭 그 사람에게만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진심으로 교감을 하면 아이들에게도, 나이 어린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서로의 기대치에 부응하며 교류한다면, 이미 서로가 스승이고 제자입니다.
어느 초등학교 K 여교사가 개학 날 5학년 자기 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들을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앞줄에 구부정하니 앉아 있는 작은 남자아이 철수가 그 반에 있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K 선생은 철수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옷도 단정치 못하며 잘 씻지도 않는다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그런 철수를 보면 기분이 불쾌해질 때가 많았고, 끝내는 철수가 낸 시험지 위에 커다란 ‘빵 점’을 써넣는 것을, 즐거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K 선생님이 있던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지난 학년 생활 기록 부를 모두 읽어 보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철수 것을 마지막으로 미뤄두다가, 철수의 생활 기록 부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지요. 『철수의 1학년 생활 기록 부』 “잘 웃고 밝은 아이임.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예절이 바름.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이임.” 『철수의 2학년 생활 기록 부』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훌륭한 학생임.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있음. 가정 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보임.”
그리고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썼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고생을 많이 함. 최선 다하지만, 아버지가 별로 관심이 없음. 어떤 조치가 없으면 곧 가정 생활이 학교 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 『철수의 4학년 생활 기록 부』 “내성적이고 학교에 관심이 없음. 친구가 많지 않고 수업 시간에 잠을 자기도 함.”
여기까지 읽은 선생은 비로소 자기의 문제점을 깨달았고,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스승의 날 반 아이들이 예쁜 리본으로 포장한 선물을 가져왔는데, 철수의 선물만 식료품 봉투의 두꺼운 갈색 종이로 어설프게 포장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더 부끄러워졌지요. K 선생은 애써 다른 선물을 제쳐두고 철수의 선물부터 포장을 뜯었습니다.
알이 몇 개 빠진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사분 지 일만 차 있는 향수병이 나오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팔찌를 차면서 정말 예쁘다며 감탄하고, 향수를 손목에 조금 뿌리자 아이들의 웃음이 잦아들었습니다. 철수는 그날 방과 후에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꼭 우리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가 났어요.” 그녀는 아이들이 돌아간 후, 한 시간을 울었습니다. 그날 이후 K 선생님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K 선생이 특별히 철수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 때면 철수의 눈빛이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그녀가 격려하면 할수록 더 빨리 반응했고, 그해 말이 되자 철수는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너희를 똑같이 사랑 하겠다’ 라는 K 선생의 말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지요. 가장 미워하던 철수를 가장 귀여워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1년 후에 철수가 졸업할 때 그녀는 철수가 쓴 쪽지를 받았습니다. “최고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6년이 흘러 그녀는 철수에게서 또 쪽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전교 2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제 평생 최고의 선생님께!” 또 6년이 더 흘러 또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대학 졸업했고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쓰여 있었지요. 또 몇 년 후, 이번 편지에는 이름이 <의사 박철수>라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늦은 봄에 또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철수가 결혼할 예정인데, 아버지가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니, 선생님께서 신랑의 어머니가 앉는 자리에 앉아줄 수 있는 지를 물었습니다.
그녀는 기꺼이 좋다고 화답하였고, 철수의 결혼식에 참석하였지요. 그녀는 가짜 다이아몬드가 몇 개 빠진 그 팔찌를 차고, 어머니와 함께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뿌렸었다는 그 향수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엿한 의사가 된 신랑 박철수와 신랑 어머니 석의 K 선생은 서로 포옹하고 난 뒤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셨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 선생은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지요. “아니다 철수야! 네가 나의 선생님이다. 훌륭한 교사가 가는 길을 나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너 철수란다. 나는 너를 만나기 전까지 교사가 가야 할 길을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
어떻습니까?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훈육 선생님에게 회초리도 많이 맞았고, 벌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엄하신 스승을 만나지 못했던 들, 제 인생이 어찌 되었을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9월 22일
덕 산 김덕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