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제로에서 본 미국의 힘
올해가 2001년 9 ·11 테러가 일어난 뒤 22년 째 되는 해라고 하네요. 제 큰 딸애가 당시 9 ·11 테러가 일어난 동네에 살았거든요. 그 여파로 그 일대가 완전히 공포의 도가니로 변해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간신히 견뎠었지요.
그런데 지금 미국은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그곳을 거대한 추모의 공간으로 만들고 ‘그라운드 제로’ 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조선일보 윤주헌 뉴욕 특파원이 보도한 <‘그라운드 제로’에서 본 미국의 힘>에 따르면, 우리가 꼭 본받아야 할 미국의 저력을 엿 볼 수 있어 함께 공유합니다.
【‘그라운드 제로’에는 2,977명 희생자 이름이 검은색 돌 판에 깨알같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매년 이곳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 식이 열리고 올해 22번째 행사가 열렸다. 테러리스트들에게 탈취 당한 항공기가 무역센터에 처음 부딪힌 오전 8시 46분 조종(弔鐘)이 울리며 시작된다고 사전에 공지가 있었다.
그러나 오전 7시부터 수백 명이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짚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모여들었다. 행사 시작 전, 무대에서 오른쪽 대각선으로 십 여 미터 떨어진 곳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섰다. 그 주변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자리했다.
모두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민주당 소속이다. 이들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공화당 대선 주자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아내와 함께 도착했다. 9·11 테러 당시 뉴욕 시장으로 지도력을 발휘해 사태를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는 ‘루디 줄리아니’ 전 시장도 있었다. 그는 현재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 투표 조작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9 ·11은 공화당 소속인 부시 행정부에서 벌어졌지만, 책임 소재를 두고 정치권에서 정쟁(政爭)을 벌이거나 지지자들이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한 적은 없다. 그들이 싸울 줄 몰라서가 아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맨해튼 남부 지검 앞에서는 올해 초 트럼프가 기소된 ‘포르노 여배우 입막음 사건’을 두고 양당 지지자들이 몸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9 ·11이라는 국가적 재난 앞에선 정치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날 참석한 공화당 정치인들도 다른 사람과 같은 추모객일 뿐이었다. 정쟁 대신 미국인들이 선택한 것은,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위로와 국가를 향한 애국심으로 서로를 보듬는 일이었다.
테러로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이 눈물을 흘리면 옆 사람이 손수건을 건넸고, 흐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어깨를 감쌌다. 이날 단상에 오른 유족들은 목멘 상태로 “가족을 앗아가는 슬픔은 지금도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지만, 우리는 그 어떤 공격에도 단호히 맞서 일어설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추모식은 단합의 장이었고, 회복의 공간이었으며, 미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장소였다. 미국의 부통령, 유력 대선 후보 등은 몇 시간 동안 구두를 신고 묵묵히 서 있다가 자리를 떴다. 추모식은 2,977명의 이름을 5시간 동안 하나하나 다 부르고 나서야 끝났다.
유족들은 자리를 정돈하고 그라운드 제로에 있는 자기 가족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조화를 놓았다. 테러가 벌어진 지 22년이 지나도 여전히 굳건한 미국을 만드는 이들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뉴욕=윤주헌 특파원-】
어떻습니까? 미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 아닌가요? 9월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간 이어진 단식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회복 치료에 들어간다”리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면적인 국정 쇄신과 내각 총 사퇴 등을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해왔지요.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두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양 편으로 갈려 죽기 살기로 싸우기만 합니다.
정치는 국민을 인간 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국민의 마음을 편안케 하는 일이 본업일 것입니다. 그런데 하라는 정치는 안 하고 허구한 날 싸움으로 국민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가요?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본 미국의 힘’을 보고 좀 배우면 안 되는 일인지, 나라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생명을 걸고 극한 투쟁을 하는 야당 대표를 두고, 찾아가 위로는 못 할망정, 여당 대표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 라며,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 유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힘 있는 자가 먼저 악에 받쳐 있는 약자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 포용의 정치이고, 바로 협치(協治)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외 날개로 나는 새는 없습니다. 부디 서로 힘을 합해 민생에 허덕이는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양 날개로 힘차게 날면 우리도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할 것입니다.
우리 ‘그라운드 제로에서 본 미국의 힘’을 본받아 일류 정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10월 5일
덕 산 김덕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