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황선홍호 '스시축구' 잠재우고 금메달 '해피엔딩'

황선홍 감독이 발휘한 높은 지도력, 파리 올림픽 청신호

2023-10-08     김병윤

한국 U-24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황선홍호)이 2022'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면서 2014' 인천,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달성하는 또 하나의 한국 축구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7일 저장성 항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망의 결승전 무대에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일본과 '리턴매치'를 벌인 황선홍호는, 전반 26분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 후반 27분 조영욱(24.김천 상무)이 연속 일본 골문을 갈라 2-1 역전 뒤집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7일 항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연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 경기에서 한국의 백승호가 볼을 컨트롤하고 있다

이번 한.일전은 승리 이전에 2021년 3월부터 각 연령대까지 이어져온 6차례(2023년 9월 U-15세 이하 0-4 패 포함) 0-3 참패의 한국 축구 자존심 회복을 위한 한판 승부이기도 했다. 따라서 황선홍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오직 승리 뿐이었다. 이에 황선홍호의 필승 전략은 여전히 수비의 안정성과 '막강화력'을 무기로 한 적극적인 공격 축구였다. 사실 황선홍호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여정은 부상 선수 이탈과 훈련 및 실전 부족, 그리고 핵심 자원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합류 미정 등의 약점으로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와의 맞대결에서 9-0 대승 이후 결승까지 7경기 동안 황선홍호의 적수는 없었다.

이는 그만큼 경기를 거듭할 수록 황선홍호가 강팀으로서 거듭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황선홍호는 선수 능력과 정신력 그리고 전술, 전략은 물론 지도 역량 등이 다른 국가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 같은 차원이 다른 축구는 일본을 상대로 해서도 위력을 발휘하며, 14개의 슈팅을 구사하는 경기 내용으로 일본을 압도했다. 사실 일본은 황선홍호의 U-24세 이하보다 연령대가 낮은, 2001, 2003년 출생 주축의 유망주들로 팀을 구성했지만 결코 황선홍호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팀이었다.

이는 일본 선수들의 개인 기량과 패스 플레이에 의한 경기 운영이, 황선홍호가 준결승까지 경험했던 축구보다는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황선홍호는 경기 시작 2분이 경과하기도 전에 사토 케인(22.베르더 브레멘)에게 왼쪽 측면을 공략 당하면서 우치노 고타로(19.요코하마 마리노스)에게 선취골을 허용하는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야말로 대회 처음으로 기록한 선제 실점으로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고, 또한 원하지도 않았던 불의의 일격을 당한 황선홍호였다. 결승전 경기에서 선제 실점은 승부에 치명타일 정도로 경기 흐름과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정신적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감 역시도 가중되어, 개인과 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황선홍호는 흔들리지 않았고 전방 압박으로 일본 특유의 패스 위주 '스시축구'를 무력화시키면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황선홍호의 경기 최종 스코어 차이는 1골이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4~5골 차이가 정상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황선홍호의  유효 슈팅은 일본이 1개에 불과했던 반면 7개로서 절대적인 우세였다. 

만약 일본 골키퍼 후지타 카즈키(22.도츠키)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일본은 황선홍호에게 일본이 자랑하는 '스시축구' 몰락을 생생히 지켜보게 됐을 것은 틀림없다. 팀을 이끈 황선홍(55) 감독에게도 승리는 남다르다. 이는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당한 0-3 참패를 설욕했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은 프로 축구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성장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울산 현대 홍명보(54)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의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지도자다. 그럼에도 아시안컵 참패로 지도력에 의구심이 제기되어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해법을 위한 명성이 아닌 상대팀 전술, 전략에 따른 선수 로테이션 기용과 체력과 부상을 염두에 둔 교체로 경기를 운영하는 높은 지도력을 보여줬다. 급기야 금메달을 목에 거는 '해피앤딩'으로 정우영의 대회 최다 득점(8골)을 이끌어 냈고, 한편으로 황재원(21.대구 FC)과 이한범(21.미트윌란)을 발국해 내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 줬다. 황선홍호의 다음 목표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뛰어넘는 2024' 파리 올림픽 도전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황선호, 홍명보 두 지도자가 클로즈업 된다. 과연 황선홍 감독은 홍명보 감독 보다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그래픽=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