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면책특권이면, 국회는 '가짜뉴스 온상'인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제기한 민주당 김의겸 의원에 대해 경찰이 면책특권을 이유로 24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함께 고소·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대표는 검찰에 송치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찰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서는 민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근거로 김 의원을 불송치 했다고 밝혔다.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김 의원의 국감 발언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우리 헌법에 적시된 면책특권은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 독재 권력의 실상을 폭로·고발·비판하는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요즘은 국회의원이 허위 정보를 유포해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방편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을 보호하는 면책특권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국회의원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허위 정보를 반복적으로 생산·유포하고도 형사 책임까지 면제받으면서 정치 불신 조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 전파까지도 방패가 되어주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에서 경찰의 재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면책특권의 대표적인 구시대적 역기능이라며 면책특권 폐지 주장까지도 나온다. 심지어 ‘김의겸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이면 국민을 속여 국헌과 국정을 문란시켜 국익을 해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조장해, 거짓정보를 반복생산해도 된다는 면책특권으로 아예 가짜뉴스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짜뉴스 면허를 국회의원에게 발급해준 꼴이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면책특권은 어디까지나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불법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 대법원도 2007년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 이를 적시해 명예훼손한 경우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놓은바 있다.
검찰에서 경찰의 재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경찰이 김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적용해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갖게 된 ‘1차 종결권’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은 이에 대한 견제 장치로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1회에 한해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변자로서 외부 압력에 위축되지 말고 소신껏 국정에 대한 질의를 하고, 의문을 적극 표시해서 문제 제기를 하라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이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민주주의 역사의 산물이며, 권력 횡포에 맞서 국민을 지키고 대변하라는 권리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방탄 국회’ ‘제왕적 국회’로 비판받고 있다. 범죄의원 보호 수단으로 전락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남용되면서 국회의원은 민주사회의 신흥 특권층이 돼버렸다.
툭하면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 심지어 가짜뉴스의 확대재생산으로 면책특권을 악용하고 ‘방탄 국회’로 명백한 범죄혐의자까지 감싸면서 ‘특권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퇴행적 특권 때문에 의원들은 ‘방탄 국회’를 열어 범죄혐의가 짙은 동료를 감싸고 보호했다. 국민을 보호하고 대변하라는 제도를 비리 의원을 보호하며 퇴행하는 후진 정치로 치닫는 극단적 단면이다.
선거철마다 후보와 정당들은 “특권 내려 놓겠다”는 약속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가짜뉴스의 확대재생산을 비호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헌법 조항이 가짜뉴스 책임을 피하는 데 악용된 것이다. 법과 제도가 후진적 정치를 부추겨 뒷걸음치게 만든 것이다. 국민 권리를 내세워 시작된 의회 특권이 국민 권익을 침해하고 피해를 주는 정치 혐오의 주범이 됐다.
음해와 선동의 도구이자 국회의원 방탄용으로 전락한 구시대적 특권을 제대로 조정 정리되지 않으면 국회발 가짜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번기회에 정치권에서 만연하는 막말, 근거 없는 비난, 거짓유포 등 저질 공방을 추방하는 자정의 계기가 돼야 한다. 무책임한 폭로로 선동질하는 자격 미달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계기가 돼야한다. 가짜뉴스와 정치권 편승으로 민주주의를 해치는 행위를 엄히 처벌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면책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김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주도로 지난해 1월 국회 내 허위사실 발언 시 출석정지 징계 수위를 180일 이내로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부터 통과시켜 특권 포기를 솔선 보여주고, 규정을 어길 경우 혹독한 징계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보수·진보,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의 의미가 변질되어 저질 정치의 면죄부가 되고 있는 마당에 특권의 조정·폐지로 정치개혁에 단호히 나설 때다. 국회의원이 절제·자율·책임에 앞장서야 정치 개혁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