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폭탄테러로 사상자 300명 이상 발생
이란 혁명 수비대 솔레이마니 묘역 인근서 폭탄 터져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 기자= 이란 혁명 수비대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4주기 추모식에서 폭발이 일어나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단체 하마스의 부지도자인 살레흐 알아루리가 레바논에서 명백하게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이는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뒤 하룻만에 발생해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BBC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경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km 떨어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에서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이 진행되는 중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첫 번째 폭발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경에 순교자 묘역에서 약 7백m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으며 두 번째 폭발은 약 15분 후 공동묘지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케르만주의 주지사는 이란 국영 통신사인 IRNA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의 폭발 모두 보안 검문소 밖에서 발생했으며 당국은 폭탄에 의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폭탄이 원격으로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자살 공격자들에 의해 폭발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란 보건당국은 이 폭발로 최소 95명이 숨지고 211명이 다쳤으며 이 중 27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인명피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20년 미군의 드론 폭격으로 암살됐다.
이란측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보고 보복을 예고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 밖의 사령관을 테러 범죄의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난하면서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이에따라 이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이 전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드론 공격으로 하마스 부지도자를 암살한 것에 대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미국은 즉각 사태진화에 나서 이번 폭발사고는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과도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잇따라 브리핑을 갖고 이스라엘이 배후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 동맹국들에게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작전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공격이자 과거에 보았던 이슬람국가(IS)의 행동 양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AP통신은 IS 등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들이 과거에도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에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등 대규모 공격을 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IS는 이란의 주축인 시아파와 경쟁관계에 있는 수니파 계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게릴라식 전술로 민간인과 정부군 등을 공격하고 있다.
이같이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블링컨 국무장관이 4일밤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국가들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고 추가 적대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을 재차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 등 반이스라엘 세력이 가자지구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가자지군 남부 칸유니스에서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간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면서 3일 24시간동안 128명이 숨져 희생자 수가 2만 231명으로 늘었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