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제 생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도 저는 아름답게 살다가 떠나고 싶습니다. 그래야 내 생도 아름다운 인생을 영위(營爲)할 수가 있을 테니까요.
어느 외딴 섬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연로 하신 어머니는 풍랑이 일리라는 것을 알고, 아들 보고 오늘은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아들은 한참 고기가 나오는 철이라 괜찮다고 고집스럽게 바다에 나갔습니다.
저녁이 되고 바다가 심상치 않은데 아들은 돌아오지 않아 엄마의 마음이 탑니다. 한밤중이 되자 바다는 큰 파도와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서남북이 구분이 안 되는 칠흑 같은 밤이라 아들은 방향을 잃었습니다.
어느 쪽이 자기가 사는 섬 쪽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생사에 기로(岐路)에서 애타게 방황하던 중 멀리 불빛이 보였습니다. 아들은 그 불빛을 보고 방향을 잡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요. 그런데 가까이 와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자기 집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큰 불빛을 만들기 위해 자기 집에 불을 놓아 아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집은 다시 지으면 되지만, 아들의 생명은 한번 잃으면 다시 구할 수가 없지요.
얼마나 아름다운 어머니의 마음일까요? 우리 자녀들을 ‘세상’이라는 바다에 내어 놓고, ‘알아서 잘 살겠지’하고 무심하게 방치하지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 세상은 무서운 곳입니다. 악이 판을 치는 곳에서 자녀를 구하려면 부모님은 자기 집에 불이라도 놓는 심정으로 등대를 켜 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불로불사가 인간의 소망이라면,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의 숙명입니다. 영원히 늙지 않는 비결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요. 우리가 아름다운 인생을 누리려면, 마음이 몸보다 먼저 늙는 것만 경계해도 훨씬 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다음 다섯 가지만 경계해도 우리는 천천히 아름다운 인생을 영위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 박이후구(薄耳厚口)입니다.
귀가 얕아져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입은, 두터워져 자기 말만 쏟아내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둘째, 망집(妄執)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자기를 내세우며 고집 피우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망집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 놓으면 늙지 않습니다.
셋째, 중언부언(重言復言)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내용은 없고, 말만 많아져 표현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욕심이 없으면 언어가 간결해지게 마련이지요.
넷째, 백우무행(百憂無行)입니다.
백 가지 근심만 할 뿐,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걱정이 생기면은 몸을 움직여 문제 해결해야 하는데, 뛰어들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늙을 수밖에요.
다섯째: 고안(故安)입니다.
옛 것에 기대 안주를 하려는 마음 경계해야 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열려 있는 마음과 낯선 것들에 대하여 관대한 태도, 그리고 끝없는 호기심이 불로의 비책(祕策)인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다섯 가지를 벗 삼아 언제나 젊고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인생’은 주관적이며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은 풍부한 경험, 의미 있는 관계, 성취, 행복과 만족감을 향한 여정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정의(定義)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름답다’ 라는 말은 순 우리말로 여기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즉, 아름답다는 말은 어원 적으로 나 답다는 의미이고, 아름다운 인생이란 나 답게 사는 인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인생, 그것이 아름다운 인생이지요. 그러니 우리도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면, 조금 더 ‘덕화가 만발하는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덕화 만발한 인생이란, 자신의 개성을 억지로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색깔대로 자유롭게. 이제는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 하는 삶에서 벗어나면 진정으로 덕인(德人) 다워져, 그 어떤 예술보다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지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을 만드는 핵심이 아닐까요!
단기 4367년, 불기 2568년, 서기 2024년, 원기 109년 1월 26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