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독살 의혹 증폭
러 당국 "화학적 분석 후 시신 인도" 유족 "신경작용제 흔적 지우기 위한 것"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시베리아 감옥에서 사망한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가족이 당국으로부터 당분간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족 측은 독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으로 보고있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감옥에서 사망한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가족들은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화학적 분석”을 위해 2주동안 그의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족들은 나발니의 사망원인을 여전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시신의 행방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시신을 찾는 작업은 번번이 중단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유족들에게 시신을 인도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는 행정부의 의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이날 “자유 러시아”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말하는 영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내 남편을 죽였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러시아 측이 시신을 넘겨주지 않는 이유는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의한 중독의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나발니의 죽음에 푸틴 정권이 개입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녀는 또 "조국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나발니를 대신해 푸틴 정권과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감옥내 사망은 지난 16일 발표됐다. 그가 수감돼 있던 시베리아 교도소 측은 그가 산책후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어머니와 변호사는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교도소 영안실과 지역 병원 영안실로 향했으나 시신을 찾으려는 시도는 번번이 차단됐다.
지난 10년동안 러시아 야당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였던 나발니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혐의로 1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었다.
서방 지도자들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나발니 사망사건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향후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발니가 푸틴 정권에 의해 러시아 감옥에서 서서히 살해됐다”고 말하고 유럽연합과 미국은 나발니의 사망 이후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영국과 G7국가들이 이번 사망에 연루된 러시아인들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서방 정치인들의 발언은 “오만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나발니의 죽음이 미국 대선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나발니의 죽음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과 각별한 사이를 뽐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대통령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의 유일한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8일 ABC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이 나발니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지 답해야 한다”며 “푸틴이 정적을 죽인 것이 멋지다고 생각하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든, 어느 쪽이나 큰 문제”라고 그를 공격했다.
또 공화당내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18일 CNN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아예 ‘푸틴파’로 지목하며 그의 백악관 입성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사흘만에 처음 언급을 하면서 자신의 재판이 비슷하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와 사법부를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도 재임기간에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