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 내 탓

2024-03-07     김덕권

제가 한 달에 한 번 친구들과 모이는 음식점 계산대에 <네 덕, 내 탓>이라는 조그마한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잘 된 것은, 당신 덕, 잘 못 된 것은, 내 탓으로 돌려서 인지 이 음식점이 날로 번창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겸손(謙遜)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소중한 요소입니다. 자신을 살피고 낮추는 사람은 실수가 적고, 예절 바른 사람이라고 칭찬을 받습니다.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 지드는 “겸손은 천국의 문을 열고 교만은 지옥의 문을 연다.”라고 했지요.

모름지기 우리는 낮과 밤을 동시에 보낼 수 없으며, 봄과 가을을 동시에 즐길 수 없습니다. 여름의 장마를 지나야 가을의 들판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부디 자신 안에 있는 자존심을 꺾으시지요. 자존심만 포기하면, 흙과 태양과 비와 바람이 저절로 원하는 꽃을 가꾸어 갈 것입니다.

그러니 옳고 그름이 분명할 때도 부디 침묵하는 것이 좋습니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똑똑함보다, 옳고 그른 것 모두를 포용하는 어리석음이 오히려 훌륭한 거름이 됩니다. 내 잘못도 내 탓이고, 당신 잘못도 내 탓이요. 세상 잘못도 내 탓으로 돌려 보는 것입니다.

원불교의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는 ‘일상 수행의 요법 제 5조’는 지혜와 인내를 기반으로 하는 수행 법입니다. 이 수행 법은 자기 성찰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촉진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다음의 방법들을 고려할 수 있지요.

첫째, 자기 성찰입니다.

생각과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감사의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자주 느끼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감사할 만한 것들을 발견하고 인식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합니다.

셋째, 이해와 관용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어줍니다. 다른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들 또한 실수를 범할 수 있지요. 이를 이해하고 용서함으로써 원망의 감정을 해소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넷째, 선악 구분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선악 구분 없이 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상황과 배경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망의 감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자기 성장입니다.

자기 계발에 힘쓰고 자기 성장을 추구합니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함으로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실천하면서 원망의 감정을 감사와 이해의 마음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지요. <덕산재(德山齋)> 거실에도 <네 덕, 내 탓>이라고 쓴 작은 패(牌)가 하나 있습니다.

이 말은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 라는 원불교의 ‘일상 수행의 요법’에서 나온 것이지요. 만일 우리가 남을 보는 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남을 향하여야 하는 말을 자신에게 말 할 수 있다면, 모든 잘못을 스스로 먼저 반성하게 되고 결코 남을 탓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려 참회하고, 네 덕으로 돌려 감사할 수 있다면, 세상은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이 되어 갈 것입니다. 이것이 예절을 ‘훼손’하지 않고, 가정과 국가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라고 하셨습니다. 은혜는 해로움에서 나오고, 해로움은 은혜에서 나온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좋은 일도 그 속에는 나쁜 일이 숨어 있고, 나쁜 일도 그 속에는 좋은 일이 숨어 있는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수도 마음이 만들고, 부처도 마음이 만듭니다. 원수가 따로 있나요? 원망 생활하는 곳이 원수가 사는 곳이고, 감사 생활하는 곳이, 부처가 사는 곳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 원망 생활을 어떡하면 감사 생활로 돌릴 수 있을까요?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살지요. 가령 상대방이 욕을 하면, 나도 욕을 합니다. 그랬더니 상대방이 또 욕을 하고, 자꾸 욕이 커지지요. 그럴 때 멈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저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큰 은혜’를 알 때 비로소 원망을 녹여내야 ‘네 덕, 내 탓’이 쉬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