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리아의 이란 대사관 폭격
하마스 배후로 규정, 공격 군사 고문 등 7명 사망 이스라엘은 공습 인정 안해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대사관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공습을 받아 7명이 숨졌다.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이 이스라엘 소속으로 의심되는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으로 해외 정예 정찰부대이자 준군사조직인 쿠드스군 고위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이란 군사고문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을 겨냥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 카나니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공격은 대사관 보호 등을 규정한 비엔나 조약을 위반한 행위로 "가장 강력한 말로 비난받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유엔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이란을 배후 지원세력으로 규정하고 시리아에 있는 이란 연계 시설들을 공격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잇따라 숨졌지만 해외공관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공습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외신에 보도된 개별 공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 4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번 공습을 “유엔 헌장과 국제법, 외교 및 영사관의 불가침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번 공습이 “지역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 공습을 규탄할 것을 촉구하고 이란이 “단호한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 범죄는 적들이 처벌과 복수를 받지 않고는 묻히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또 이라크와 요르단, 오만, 파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 국가들도 이번 공격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란 국영 언론은 정부가 이번 공격의 표적이 자헤디였던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자헤디의 부사령과 또 다른 고위 사령관도 다른 4명과 함께 사망했다. 이란의 아랍어 방송인 알 알람 텔레비전은 자헤디가 시리아의 군사 고문으로 2016년까지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쿠드스군 사령관을 지냈다고 전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 지역에서 분쟁을 확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공격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석방 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대사관 건물에 대한 공격이 훨씬 더 큰 폭력 사태를 촉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석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먼은 “이번 공습은 더 큰 분쟁의 가능성을 줄인다는 (이스라엘의) 믿음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물러서려고 하면 위협이 줄어들지 않고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으로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관계위원회 분석가인 스티븐 쿡은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대리인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미군을 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또한 헤즈볼라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공격을 확대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