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서 핵무기 사용하면...사망자만 수백만명

일본 나가사키대 연구 결과

2024-05-13     임형섭 객원기자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동북아 지역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면 사망자가 최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1952년 수소폭탄 '아이비 마이크' 실험장면 

13일 일본 니시니혼신문에 따르면 나가사키대학 핵무기폐기연구소센터(RECNA) 등 국제 연구그룹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피해 규모를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예측이 나왔다.

연구그룹은 보고서에서 동북아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방사선 영향을 포함해 수만에서 수백 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21년부터 3년동안 RECNA와 한미 싱크탱크 등이 공동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핵무기를 보유해 타국의 핵 선제공격을 단념하게 하는 ‘핵 억제력’의 위험성을 검증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피해 규모를 계량화했다.

보고서는 핵을 보유한 미국.중국.러시아.북한 등의 핵 선제사용 및 테러리스트의 핵공격을 포함한 30가지 경우를 상정했다. 이 중 핵무기 수와 대상이 다른 경우들에 대해 피해 상황을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① 국제적인 경제 제재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한국 연안 지역을 공격해 미국이 반격하는 경우 ②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긴장감에 러시아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에 핵 공격을 하고 미국이 반격하는 경우 ③ 대만 유사시 미.중 간 핵전쟁이 촉발될 경우 등이다.

ⓛ의 경우 핵 무기가 모두 3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망자는 1만 1 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②의 경우에는 모두 8발의 핵 무기가 사용돼 일본과 러시아에서 29만 명이 사망한다.

최악의 피해는 ③일 경우다. 중국이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선언을 파기하고 미군기지에 핵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중간 핵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24개의 핵무기가 사용될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이 일본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당시 사용된 폭탄을 웃도는 위력을 갖고 있으며 양적으로는 최대 14배에 이르는 300킬로톤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사망자 수는 무려 2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방사선 영향 등으로 9만 6000 명에서 83만 명이 추가 사망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주일 미군기지가 공격을 받으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 물질이 서일본을 뒤덮고 동남아시아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피폭 지역 인구의 25-30% 전후가 사망하고 방사선의 여파로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희생된다. 다쓰지로 교수는 "원폭 생존자들이 약 8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처럼 그 사회적, 경제적 영향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CNA가 지난 4월 발표한 최종 보고서는 핵 사용의 피해 추정치를 바탕으로 "강화된 핵 억지력은 오히려 지역을 안전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22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한·미·중·일·북한의 5개국에 대해 자국 단독 및 다자간 노력을 언급했다. 지역 긴장을 완화해 단계적으로 핵 억지력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했다.

스츠키 다쓰지로 부센터장은 "핵 선제공격으로 몇 시간에서 며칠 만에 세계적인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러지 않기 위해 ‘다국간 위험 감소를 목표로 하는 한-미-일 교섭', '핵 선제공격 불사용을 포함한 미-중 대화' 등을 제안했다.

또 국가별로는 중국과 북한에 보유 핵탄두 수 등을 공개할 것과 미국에 한국전쟁 종식을 목표로 '중국, 북한과 공존할 의지'를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에는 핵보유국의 '선제공격 불사용' 정책에 대한 지지와 외교를 중시하는 방위연구의 추진 등을 촉구했다.

핵 사용 위험이 커지는 것에 대해 스즈키 부센터장은 "'나가사키를 마지막 피폭지로'라는 메시지야말로 야심차고 현실적이다. 각국은 도입할 수 있는 것부터 도입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