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그는 법 위에 있는 국민인가.

2024-06-17     김경은 칼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11조 1항이다. 이 헌법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반헌법적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헌법 11조 1항

대부분 비리 정치인 혹은 그런 의심을 받는 정치인에 의해서, 혹은 그들을 위해서 벌어진 일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주장했다.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정치 투쟁을 통해 ‘법 앞의 불평등’을 쟁취했다. 급기야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이재명 구하기’를 위해 나섰다. 검찰과 법원을 무력화시키는 법률 제·개정에 나서고 있다. 총 11개 협의로 4개의 재판을 받게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국면을 유리하게 바꾸거나 아니면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다. 잘못하면 이 대표가 ‘법보다 우월한 유일한 국민’이 될 위험한 처지에 빠질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해서’ 만드는 법률은 한두 개가 아니다. ‘대북 송금 특검법(대북 송금 관련 허위 진술 강요와 사건 은폐 의혹)’, ‘수사기관 무고죄 법(증거 위조와 위조에 필요한 진술을 얻기 위한 위력행사)’, ‘표적 수사 금지법(표적 수사라는 의심이 들면 영장을 내주지 않는 권한을 판사에게 부여)’, ‘검찰수사 조작금지법(수사는 지정된 장소에서 녹음과 동시에 진행하고 녹음된 내용은 속기록의 형태로 재판에 제출)’……. 민주당은 당론으로 이들 법안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이들 법안에 관통하는 메시지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다. 하지만 법 명목은 법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이재명 수사방해법’, ‘이재명 방탄법’, ‘이재명 수사중단법’이라는 조롱받고 이유다. 왜 그럴까?

이들 법안 내용은 대부분 이 대표가 재판에서 자신을 변호했던 말을 토대로 하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재점화시킨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희대의 조작 수사’라고 말했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기소된 자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한 ‘엉터리 수사’라고 주장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검찰의 정치쇼’라고 반발했다.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이재명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이유와 근거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관한 명확한 반박은 부족한 편이다.

1인 체제를 확고히 다진 ‘집권야당 대표’의 발언은 곧 이 대표를 결사옹위하는 민주당의 법이 됐다. 민주당은 사건의 정황이나 맥락 그리고 근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사건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재판에서 이 대표의 측근이 모두 유죄 판결받았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본부장 등이 그들이다. 민주당 제·개정하는 법률은 유관 재판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 오직 이 대표 방어가 목적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재명 지키기’를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 그리고 민주당의 운명이 걸리지 않다면 그렇게 많은 ‘검찰개혁 법안’이 나왔을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재명 지키기’는 당 차원에 그치지 게 아니다. 개별 의원의 충성경쟁 소재가 됐다. 앞다투며 ‘이재명을 위한 법안’을 발의 혹은 검토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이 준비 중인 ‘판검사 법 왜곡죄’도 그중 하나다. ‘판·검사 왜곡법’은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하겠다는 게 골자다. 궁금하다. ‘법 왜곡’의 기준은 무엇인가. 피의자 진술일까.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누구라도 ‘법 왜곡’을 주장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 국민은 경험했다. 그 장본인은 이 전 부지사다. 그는 술판 회유를 주장했다. 자신이 술잔을 입에만 댔는지, 술을 마셨는지, 먹었다면 얼마큼 먹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술판 회유’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회유가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술판 회유 주장은 유효하다. 이 전 부시장의 말의 신빙성과 무관하다. 법이 그렇다. 없는 일을 없다고 입증하기가 쉬울까. 술판 회유를 피의자가 철회하지 않았다. 검찰도 대증적 반박 증거만을 제시했다.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유력한 정치인이 공방 중간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다. 그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대해 “100% 믿는다”라고 말했다. ‘조작 수사’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믿음은 이 전 부지사의 진위와 상관없이 탄핵소추와 새로운 법 제정(판검사 왜곡법)의 근거가 됐다. ‘조작 수사’는 ‘법 왜곡’의 대체어다. 이 전 부지사가 ‘조작 수사’를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피의자는 ‘법 왜곡’을 빙자해서 혐의를 부인할 것이다. 만일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선례는 되풀이될 것이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법시스템은 엉망이 될 것이다. ‘판검사 왜곡법’은 사법시스템을 방해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법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김용민 의원이 염두에 둔 ‘왜곡 사건’은 무엇일까? 조국·황운하 의원이 먼저 떠오른다. 그들에겐 일차적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졌다. 그들이 최종심 결과를 수긍하지 못한다면 증거를 제시하고 재심 요구할 수 있다. 그게 현행법에 정한 사법적 구명 절차다. 그런데 그런 필요가 없다. ‘판검사 왜곡법’이 범죄가 확정된 이들을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 1, 2심을 받은 피의자도 ‘법 왜곡’을 주장하면서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 재판 중인 이 대표도 ‘법 왜곡’을 주장할 게 뻔하다. 이런 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이 대표에게 있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하면 이 대표 사건과 무관하다면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무모한 입법 횡포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스럽게도 민주당 의원의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과 법원에 더 끔찍한 경고장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민형배 의원이다. 그는 판·검사의 탄핵소추를 꺼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북 송금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북 송금 수사를 담당한 검사와 재판을 맡은 판사를 탄핵할 것임을 예고했다. 탄핵소추가 국회에 통과하면 그때부터 해당 판·검사는 직무가 정지된다. 대북 송금 재판은 지연된다. 재판 지연의 혜택을 누가 보는가. 이 지사와 이 전 부지사 아닌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판·검사 탄핵소추는 윤 대통령의 재의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 입법 권력을 통해 행정 권력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민주당의 행위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다.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언급은 김동아 의원이 4·10선거 전날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 출석을 요구한 재판부를 두고 한 말이다. 그가 “검찰개혁도 필요하지만, 사법개혁도 필요하다”라면서 덧붙인 말이다. ‘민주적 통제’란 좌파의 사회이론 중 하나다. 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수론자 누군가 민주적 통제를 “독재로 향하는 미끄러지는 비탈길”이라고 단언했다. 독재로 가는 길이라는 얘기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선출된 권력이 선출 안 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검찰의 불법적 전횡에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마땅히 국민 지지를 받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권력 분산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 의도에 불순하다면, 당략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다면, 더 나아가 어떤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법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것은 법의 보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법 앞의 평등’을 적시한 헌법 11조 1항에 저촉된다. 이 조항(‘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은 ‘법의 지배’를 규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국민은 법 지배를 받는다. 그 법이 어떤 사람에게도 차별적이거나,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특혜와 차별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 안 된다. 만일 그런 법이 만들어졌다면 그 법은 ‘통치 수단’으로 전락한다. 법을 자신의 통치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치는 행정 권력만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입법 권력도 다르지 않다. 만일 입법 권력이 ‘법에 의한 통치’를 꾀하면 피해는 ‘행정적 오류’보다 더 크다. 모든 이에게 적용되기 때문만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절대다수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법에 의한 통치’를 꾀하고 있다. ‘이재명을 위한 법’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힘 있는 여당이 사법부의 시녀화를 꾀했다. 부작용도 컸다. 그 당시 ‘정치검찰’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호소력을 가졌다. 그런데 야당이 법 제·개정을 통해 사법 체계를 무력화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괴한 일이 벌이고 있다. ‘한 사람을 위한 법’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아마도 범죄 혐의를 정치적으로 덮으려거나 법 제정을 통해 사법시스템의 작동 방해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여길 것이다. 자의적으로 ‘법에 의한 지배’를 기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갈무리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중 대사 한 대목이 생각난다. “어이, 거기 너! 니놈 하나 때문에 우리 동료 둘이 희생됐어. 알아?”

민주당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