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은 왜 탄핵을 자초하는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분리해야 탄핵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월에 들어서자마자 윤석열 정권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대통령 탄핵의 그림자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우려하는 이유는 김건희 여사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 기사가 언론을 도배중이다. 추석 직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정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김건희 지키기’와 ‘김건희 때리기’는 정쟁의 수준을 넘는다. 정국 불안과 민심 이반을 낳고 있다. ‘지키기’든, ‘때리기’든 정권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를 지키려는 윤 대통령은 더 불리하다. 잘못하면 치명적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강제로 국정운영에 손을 떼야 하는 탄핵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파국은 대선 일정 조정과 미래권력의 판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 전술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11월 공직자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들 사안에 대해 1심에서 최종법정형을 선고했다. 최종심 판결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갈린다. 탄탄대로 위에서 대권 질주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대선 출마는 고사하고 정치생명이 끊길 수도 있다.
‘이재명 구하기’ 실패는 민주당으로선 감내할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이다. ‘이재명 1인 체제’의 민주당은 대안 부재 상황에 빠질 것이다. 유력한, 아니 '유일한' 대권 후보를 잃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400억 원이 넘는다. 민주당 당사를 매각해도 감당이 안 될지도 모르는 큰 돈이다. 민주당으로서는 11월이 절명의 순간이 될 수 있다. ‘이재명 구하기’에 실패하면 민주당도 자중지란에 빠질 게 뻔하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에서 탈출할 방법은 무엇인가. 사법부의 최종 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법부의 결정 사안이다.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재판 지연 전술도 한계에 다다랐다. 대선을 사법부 최종 심판 전으로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것이다. 탄핵 혹은 하야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 거기다가 ‘국민 밉상’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약한 고리를 정조준해 왔다. 공교롭게도 추석을 전후해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여러 갈래에서 전방위적으로 불거졌다. 특히 공천개입, 인사개입을 의심할 수 있는 증언이 쏟아져나왔다.
민주당으로서는 ‘이재명 살리기’의 호재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반전의 기회는 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비선에 의한 국정 농단”으로 규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국정 농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파면) 이유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정감사’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김건희 왕국이 아니다”라면서 파상공세에 들어갔다.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 수십 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와 조사단’,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를 설치했다.
새로운 의혹을 발굴하고 불거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상임위별, 의원별 역할을 분담했다. 만일 김건희 여사의 국정 농단과 관련한 ‘스모킹건’을 찾아낸다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향한 국민 분노는 폭발할 것이고 탄핵의 동력은 최고조로 오를 것이다.
민주당은 고무되어 있다.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국민의힘이 틈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표의 이탈표가 있었다. 5표만 더 얻는다면 김건희 특검법은 물론 탄핵 소추안 발의도 가능하다. 탄핵 소추가 이뤄지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위기의식조차 없어 보인다. 우선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에 대해 메신저 공격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공천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명태균 씨는 안철수 의원과 후보단일화, 이준석 의원(당시 대표) 와 건대 앞 치맥 회동, 이준석 의원과 개혁신당 칠불사 회동 등을 중재, 주선, 주도했음이 드러났다. 용산 대통령실은 “허풍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황상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음이 확실해 보인다. 명 씨는 김영선 전 의원과 세비를 나누고 ‘제2의 김영선’ 행세를 한 것이 드러났다. 5선 의원이 아무 대가 없이 세비를 ‘반띵’할 일이 없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통화했다는 명 씨의 육성도 증거로서 자연스럽다.
4·10총선과 관련한 명 씨 육성 중에는 ‘협박’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단수는 나도 좋지.…”라는 발언이 나온다. 정치자금법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명 씨는 언론에 대고 “내가 만든 정권, 내가 허물면 대수냐”, “(김건희 여사가) 대선에 당선되면 아크로비스타를 준다고 했다”며 ‘역공’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침묵하고 있다. 만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다면 그 폭발력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시중엔 관련 자료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소문도 떠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낙선을 위한 공작 의혹을 낳은 김대남 전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 통화 내용은 어떤가. 용산 대통령실은 그에 대해 “친분이 없는 사이”, “개인적 이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꼴통’이라고 능멸한 사람에 대해 그렇게 너그러울 수 있나. ‘격노’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또 그처럼 공직 기강을 무시하고 공적 의식이 없는 사람을 현직(서울보증보험 감사)에서 진작 쫓아내지 못했는가.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없다”고? 말 같지 않은 소리다. 그럼 이준석·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를 끌어내린 게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어서였는가. 이런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용산의 태도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태도는 덜 중요한 부차적인 문제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게 있다.
김 씨 자신이 말한 ‘한동훈 횡령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것을 왜 서울의 소리에 흘렸는지, 그리고 여론몰이를 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어떻게 ‘꿀 보직’에 갔는지 등이다. 이처럼 씨알도 먹히지 않는 선문답 같은 말들이 탄핵 여론을 키우는 배경임을 직시해야 한다.
정말 대통령실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정상 편향’이라는 집단최면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런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상 편향은 비상 상황에서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비상시국에 분열하면 공멸로 가는 건 자명한 일이다. 그런 현상이 집권 여당에서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윤·한갈등을 말하는 것이다. 역대 최저의 국정 지지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은 탄핵을 옥죄어 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집안싸움을 하면 되겠는가.
가능하면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결정을 배제하고 구심력을 모아가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 때문에’가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을 앞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어떤 지도부 만찬에선 제외되고, 어떤 만찬에서는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당 대표가 대통령의 방어를 위해 흔쾌히 나서겠는가.
충언을 위한 독대 요청을 야박하게 거절당하는 여당 대표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고장 난 집권 세력의 살풍경이요 가히 가관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탄핵은 직무와 관련된 명백한 불법이 있어야 한다. 작금의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인한 정권 위기는 제대로 대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김건희 여사 문제가 곧 대통령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을 분리하면 된다. 김건희 여사가 숱한 의혹에 대해 원칙대로 조사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의 부인이 더 이상 술자리에서 조롱거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또다시 탄핵 심판을 받는 것은 국민들로서도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