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한강’을 작가로 이끈 책

임철우의 단편 '사평역' 중3때 읽고 작가 되기로 결심 영국 가디언 기고글서 밝혀

2024-10-13     정병일 기자

[서울 =뉴스프리존]정병일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에게 10대 시절 소설가의 꿈을 갖게 한 결정적 작품은 임철우의 단편 소설 <사평역>이었다. 

 2023년 11월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한강 작가(사진=연합뉴스)

한 작가는 지난해 4월 28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사연을 밝혔다. 그는  가디언의 문화 섹션 중 ‘내 삶의 책들’이라는 연재 코너에 올린 기고문에서 “14살(중학교 3학년)때 임철우 작가의 단편소설 사평역을 읽었다”고 썼다. 

이어 “주인공은 없고 막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독백이 뒤섞인 작품”이라면서 “한 사람은 기침을 하고, 다른 사람은 대화를 시작하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톱밥을 난로에 던지고 불길을 들여다 본다”고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생생한 이야기에 매료돼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썼다. 

임철우의 <사평역>은 곽재구 시인이 1981년 발표한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소설로 형상화해 8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시골의 작은 간이역 대합실에서 톱밥 난로를 둘러싸고 앉아 완행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잇달아 풀어낸다. 

한 작가는 이 기고문에서 어린 시절 “젊고 가난한 소설가였던 아버지는 가구가 없는 우리 집을 책으로 가득 채웠다”면서 “나에게 책은 끊임없이 번식하고 경계를 확장하는 반쯤 살아있는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또 이사를 자주 다녔지만 “그 모든 책들이 나를 보호해줘서 마음은 편했다”며 “낯선 동네에서 친구를 사귀기 전까지는 매일 책을 가지고 다녔다”고 했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읽은 책들로는 강소천이나 마해송,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스웨덴)의 작품들을 꼽았다.

한강 작가는 어린 시절 음악에도 관심을 많이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노 레슨을 받고 싶었으나 사정이 허락되지 않자 종이로 건반을 그려 치면서 놀았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 한 작가는 지난 2005년 <12월 이야기>라는 노래를 작사·작곡해 발표했고 가수 이지상씨와 함께 직접 부르기도 했다.  <새벽의 노래>, <나무는>,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등의 자작곡들이 있다.

한강, 이지상의 '12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