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도발적인 2기 내각 인선으로 충격파 던져

로버트 케네디 Jr.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등 CNN “트럼프 충성파들로 명령을 따를 것” BBC, 기득권을 흔들겠다는 메시지

2024-11-15     임형섭 객원기자

[서울=뉴스프리존]임형섭 객원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도발적인 2기 내각 인선으로 워싱턴 정가와 행정부 관리들이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사진=AFP)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각)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트럼프를 지지했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케네디가 미국인들을 “유해 화학물질, 오염물질, 살충제, 제약제품 및 식품 첨가물로부터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내 ‘백신 음모론자’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백신 반대 로비 활동을 했다. 특히 ‘총기 난사는 우울증 약 처방 때문에 발생한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신반대 운동가중 하나인 케네디의 지명은 일부 공중 보건 당국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에따라 상원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이 논란이 있는 인선은 케네디 주니어뿐만이 아니다. 전날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도 워싱턴 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논란이 많은 게이츠의 지명이 워싱턴에 천둥소리처럼 전해졌다"고 평했다.

맷 게이츠 미 법무 장관 지명자(사진=AP, 연합뉴스)

게이츠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대표적인 충성파인 데다가 성매수 등 비위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아왔던 인물로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무장관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게이츠를 어떻게 이용해 미국 법무부를 바꿀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기간에 자신을 상대로 시작된 수많은 조사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는데 게이츠가 이런 시도의 최전선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군 장성 출신이 아닌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지명한 뒤 트럼프 인수위에서 이른바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해고될 군 장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으며 명단에는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라인의 장교들이 우선 숙청대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밀리가 승진시키고 임명한 모든 사람이 사라질 수 있다”며 “밀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정리한 명단이 있다”고 말했다. 밀리는 지난달 출간한 밥 우드워드의 책 ‘전쟁’에서 트럼프를 “본질적으로 파시스트”라며 “이 나라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도 교체 대상이라며 “합참 참모들과 모든 차장들도 즉시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해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사진=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 6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난 진짜 싸울 줄 아는 장군들을 알고 있다. '깨어있는 (Woke,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한다는 의미)' 장군이란 군대에 있을 수 없다”며 “깨어있는 장군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도 지난 7일 팟캐스트 ‘숀 라이언 쇼’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먼저 합참의장을 해고해야 한다”며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이나 '워크' 관련 장군은 모두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물갈이 방침이 전해지면서 미 국방부 내에선 반발이 일고 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에 대한 언급없이 “어떤 직책에 사람이 충분하지 않거나 업무를 분담할 사람이 적은 경우 당연히 시스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와 함께 국가정보국장에 하원의원 출신이자 친러시아 인사인 툴시 가버드를 지명해 국가 안보 기관에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가버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바이든 행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난해 왔을 뿐만 아니라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가 미국의 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가바드 전 의원은 2020년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밀려 낙마한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을 지지했다.

툴시 가바드 국가정보국장 지명자(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전현직 정보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그가 대통령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왜곡된 관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외국 동맹국들이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기를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서방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취임하면 정보 공유가 초기에 둔화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왜 이처럼 전문적, 윤리적, 경험적 자질이 부족한 이들을 선택했을까? 우선 진보진영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1기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였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인사는 "의도적으로 진보진영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의도를 의역하면 “자극적인 사람들을 골라보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이들이 모두 변함없는 트럼프 충성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CNN은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서 보복을 의도한다면 이들은 명령을 따를 의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인선한 수장들은 상원인준절차를 통과한다면 앞으로 정부를 방어하고 트럼프가 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을 몰아내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맷 게이츠의 등용 등이 "기득권을 흔들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