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컴퓨터 제어' 기술 경쟁 후끈

뇌-컴 기업 '프리시전' 1억2백만$ 모금 6억$ 모금한 뉴럴링크 이어 시장 가세 웨이퍼 두께 전극판 두개골 틈 뇌 삽입 선두 뉴럴링크에 의학ㆍ윤리적 비판도

2024-12-17     이정우 기자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생각하는 것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사지마비나 중증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 홈페이지 갈무리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이하 프리시전)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1억2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6억 달러 이상을 모금한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주도하는 시장에 다른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뉴럴링크처럼 뇌에 칩을 심는 '침습적 방식'의 대표 기업으로는 싱크론, 패러드로믹스 등이 있고 이중 싱크론은 빌 게이츠 등 유명 투자자의 지원을 받았다.

뇌파 등 비침습적 방식을 쓰는 시장도 확대돼 오픈 BCI, 넥스트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에서 뇌파 지원 헤드폰이나 가상현실(VR) 헤드셋, 스마트 안경과 같은 제품과의 호환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프리시전은 투자 라운드에서 약 5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또 다른 침습형 BCI 기업 싱크론(Synchron)도 최근 7천5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BCI 장치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사람의 뇌에서 신호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으로 이를 해석해 컴퓨터를 제어하는 데 사용한다. 환자 2명의 뇌에 칩을 이식한 뉴럴링크는 이 장치로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컴퓨터 지원 설계(CAD) 소프트웨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를 창립한 일론 머스크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아들 'X'를 목말 태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사람의 뇌에 특정 장치를 이식한 지는 20년이 지났다. 한데 최근 뇌 신호를 수집·전송하는 데 전자장치를 사용하고 데이터 분석·해독에 필요한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곧 이 장치가 의학적으로 유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프리시전 후원사인 B 캐피털의 하워드 모건 회장은 "우리는 이제 AI 시스템으로 실제 뇌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모형화하며,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우리는 투자하기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으며, 임상적으로 효과적인 일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2021년 설립된 프리시전의 BCI 장치는 이제까지 27명의 환자에게 사용됐고, 신경외과 수술을 받는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이식됐다.

마이클 매거 프리시전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업체보다 임상 환자 사례가 많은 것은 이 분야에서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미국에서 900만명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겪고 있어 이런 장치의 이식 후보가 될 수 있다면서 시장 규모가 4천억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연간 수익은 2041년까지 10억 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시전 창립에는 뉴럴링크 창업에 참여했던 신경외과 의사 벤 라포포트도 함께했다. 이들은 웨이퍼 두께의 얇은 전극판을 환자 두개골의 좁은 틈으로 삽입해 뇌 표면에 이식한다.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인 이 방식이 궁극적으로는 외래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길 기대한다. 

매거 CEO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다면 많은 중증 장애인이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며 “이는 의료비 지불 이상의 가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장치에는 유지 비용을 제외하고도 2만5천~6만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지난 8일 펴낸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주간 동향 리포트'에서 미국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시장이 약 540조원(4천억 달러) 규모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 안에 임상시험을 마친 기기들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 예측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뉴럴링크의 뇌 이식 칩을 '혁신 장치'로 지정하고 신경과학 분야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했다.

사지가 마비된 놀란드 아르보가 지난 3월20일 지인과 대화하며(왼쪽 사진) 뇌파를 이용해 체스 말을 움직이고 있다. (사진 X에 올라온 뉴럴링크 영상 갈무리)

한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선두 업체라 할 수 있는 뉴럴링크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뉴럴링크는 지난 3월20일(현지시각) 반도체 칩을 뇌에 이식한 첫 번째 사지마비 환자가 온라인 체스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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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 놀란드 아르보(29)는 노트북 앞에서 손을 움직이지 않고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여 커서를 이동시켰다. 옆에서 말을 시키는 남성과 대화하는 중에도 뇌파를 이용해 체스 말을 움직였다. 

뉴럴링크를 퇴사한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이 실험에 대해 “뇌에 전극이 통과할 때마다 뇌 세포에 어느 정도 손상이 간다”면서 “만약 목표가 사지 마비 환자를 돕는 것이라면 이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럴링크가 실험 과정에서 동물을 지나치게 많이 동원한 사실도 비판받았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지난 2022년 12월 뉴럴링크에서 남발된 실험으로 2018년 이후 죽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 동물이 총 15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미 농무부는 이와 관련해 뉴럴링크를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