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화학회사들이 폭탄제조공장에 원료 공급

로이터 "서방 제재 피해 공급" 러 기업들 "폭발물 생산 관여 안해"

2024-12-31     임형섭 객원기자

[서울=뉴스프리존]임형섭 객원기자= 러시아 재벌이 설립하거나 소유한 화학회사들이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 군용 폭발물을 제조하는 공장에 원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각) 단독 보도했다.

한 러시아 병사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포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충분한 포탄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에 러시아는 자국 화학회사들의 원료 공급을 토대로 폭발물을 생산, 확보한 결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올 한 해 240만발 가량의 포탄을 생산하고 북한에서 300만발 포탄을 수입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억만장자 5명이 지분을 보유한 5개 화학회사들이 러시아의 최대 규모 폭발물 제조 공장에 철도로 핵심화학 물질의 75%이상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은 로이터 통신이 지난 2022년 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한 폭발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화학 물질을 실은 60만개 이상의 철도 운송물의 이동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폭탄생산을 지원한 러시아 재벌 중에는 영국 첼시의 전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지난 4월 포브스지가 러시아에서 가장 부자로 선정했고 재산이 286억달러(약 42조900억원)로 추산되는 바기트 알렉페로프가 포함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브라모비치와 알렉페로프는 이에 대한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가 28%의 지분을 소유한 런던 상장사 에브라즈는 “민간 전용”으로 화학물질을 공급했다고 답했고 알렉페로프가 지분을 보유한 정유 회사 루코일은 “폭발물이나 관련 구성 요소를 제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120mm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공급망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로이터의 조사결과를 검토한 매사추세츠 대학의 안나 나거니 교수는 해당 5개 기업이 군수품에 필수적인 화학 원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료를 포함한 민간 제품 수출을 통해 모스크바에게 절실히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여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들은 5개 폭발물 및 화약공장에 필수적인 원료를 공급했는데 이 공장들은 러시아의 거대 국영 무기 제조업체이자 자동차 제조업체인 로스텍의 자회사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댓가로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려는 서방의 전략이 러시아의 군수품 생산을 억제하는데 실패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은 모두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관련 화학회사들은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 중요한 물자를 수입하는데에 대한 엄청난 재정적 처벌이나 금지조치를 대체로 피했다. 이는 해당 화학공장들의 생산물들이 농업에 필수적인 비료와 같은 민간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밝혔다.

우크라 전쟁 첫 해 동안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담당했고 현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학자로 재직중인 전 백악관 고위 관리인 피터 해럴은 한 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밀과 비료를 의존했던 국가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을 시간을 벌었으니 이제는 2022년의 제재 결정을 재검토할 때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 궬프 대학의 농업학 교수인 마니쉬 N. 라이자다는 러시아 화학 회사에 제재를 가하면 수억 명의 소규모 농부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러시아에는 미미한 경제적 영향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의 제재를 조정하는 미 재무부 대변인과 유엔 개발 계획 대변인은 로이터의 조사결과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진영으로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유럽위원회 대변인은 러시아 기업 제재와 관련해 “식량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압력을 높이고 허점을 메우기 위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조치는 효과와 유럽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신중한 분석 이후에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억만 장자들의 화학회사들이 원료를 댄 5개의 군수공장에는 제르진스크에 있는 거대한 스베르들로프 공장이 포함되는데 이 곳은 포병과 미사일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폭발물 HMX와 RDX를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주요 공장이다.

철도물류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억만장자 안드레이 멜니첸코가 설립한 유로켐이 운영하는 두 개의 공장에서 스베르들로프에 화학 물질을 공급하고 있다. 유로켐은 세계 최대의 광물 비료 제조업체중 하나이다

로이터 계산에 따르면 유로켐이 지난해 스베르들로프에 공급한 질산으로 대구경 포탄 50만개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마제핀이 설립한 비료 대기업인 우랄켐은 스베르들로프에 2만7000톤 이상의 질산암모늄을 제공했는데 질산암모늄은 HMX와 RDX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로이터 통신은 군수품 공장에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다른 두 개의 억만장자 관련 회사를 파악했는데 금속재벌 이스칸더 마흐무도프가 설립한 스레느네우랄스크 구리 제련공장과 페름의 루코일이다. 이 회사들은 화약공장에서 사용되는 발연황산 등을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