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카터에게 故 포드가 보낸 추도사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국장 엄수 트럼프 등 전현직 미 대통령들 참석 바이든 “정치를 초월한 삶” 추도 작고한 포드 전 대통령의 특별한 추도사 공개

2025-01-10     임형섭 객원기자

[서울=뉴스프리존]임형섭 객원기자= 제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미 조지아주 플레인스 주민들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영구차가 지나는 길에서 배웅을 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은 이날 오전 예포 21발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안치돼있던 관을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븐 포드와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의 아들 테드 먼데일이 추도사를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카터의 '인품'을 거듭해서 칭송하고 그가 “미국의 시민 개인으로서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대통령직 이후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카터의 삶이 “정치의 조류에 휘말리지 않고 세상을 섬기고 형성하는 사명에서 벗어나지 않은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수십 년동안 서로 알고 지냈는데 바이든은 자신이 카터의 대선 출마를 지지한 최초의 상원의원이었다고 회상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브 포드가 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DC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부친이 생전에 써둔 카터 대통령에 대한 추도사를 대신 읽고 있다.(사진=UPI)

카터의 장례식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이미 고인이 된 포드 전 대통령의 추도사였다. 카터보다 11년 먼저 태어난 포드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생전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 눈을 감든 상대를 위한 추도사를 준비해놓자고 약속했다.

포드는 추도사에서“이 사람, 이 사랑하는 사람, 이 매우 특별한 사람을 알게 된 것에 기뻐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것으로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며 작별을 고할 때”라고 했다.  포드의 아들 스티븐은 “우리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할 얘기가 많다. 오랜 친구여,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대목을 읽을 때 목이 메는 모습이었다.

카터와 포드의 인연은 민주당 소속인 카터가 1976년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대통령으로 연임을 노리던 포드를 패배시킨 뒤부터였다. 포드는 카터가 “내 정치적 취약점을 알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지적했다”면서 “짜증나게 만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러는게 싫었지만 1976년 선거 결과가 내게 가장 깊고, 가장 오래가는 우정을 가져다줄 것임을 알지 못했다”고 썼다.

카터와 포드는 정적관계에서 벗어나 쌓은 우정을 세상을 떠난 뒤에도 보여줬지만 현직 바이든과 곧 대통령에 취임할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바이든은 추도사에서 “가장 큰 죄”인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한다”라며 다분히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들리는 발언을 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984년 11월 14일 미시건 주 앤아버에서 열린 미시간 대학의 신무기 기술과 소련-미국 관계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반면에 10년 가까이 정치적으로 충돌해온 트럼프와 오바마가 장례식장에서 나란히 앉아 웃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임기말 트럼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는 절차를 주재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 악수하기도 했다.

전현직 미 대통령들은 장례식 전에 비공개로 만났으며 이는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인 화합의 모습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렇지만 같은 공화당 소속인데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는 일어나 악수했지만 트럼프와 부시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뤼도 주지사”라고 부르며 캐나다에 “경제적 힘”을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던 트럼프를 노려보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국장 이후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다시 운구됐다. 이어 카터 전 대통령이 주일학교 교사를 지냈던 교회에서 비공개로 개인 예배가 진행된 이후 자택앞 가족 묘지 부인 옆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