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7대 미 대통령 취임

'미국 우선주의' 강조

2025-01-21     임형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만에 미국의 대통령직에 복귀하면서 곧바로 파리기후협정 가입 등 바이든 정부에서 내려졌던 78건의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지난 2021년 국회의사당 난입 혐의로 기소된 지지자들을 사면했다.

20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한 직후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AP, 연합뉴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47대 대통령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8세 7개월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며 미국 역사상 100여년만에 연임에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뒤 “임기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고 더 강하고 훨씬 더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힘은 모든 전쟁을 종식할 것이며 매우 분노하고 폭력적이고 완전히 예측불가능해진 세계에 통합의 새로운 정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부 개척 등을 비롯한 미국의 영토 확장 역사를 설명하면서 “프런티어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으며 다음 모험에 대한 부름이 우리 영혼속에서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고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밝혀 신확장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일(현지시각) 취임식에서 부통령 JD밴스와 함께 선 트럼프 대통령(사진=EPA, 연합뉴스)

그는 아울러 구체적인 정책도 공개하면서 “우리는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련의 역사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하고 서류없이 입국한 사람들의 심사 대기기간중 미국내 체류를 불허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불법 이민자 차단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인플레이션 위기는 막대한 정부 지출과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의해 주도됐다. 땅을 파고 파라”며 기후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는 정책실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난해 7월 유세중 총격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하나님은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나를 살리셨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났다. 1월 20일은 해방의 날”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주로 국내 정책에 초점을 맞췄고 국제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결책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와 ‘안보 무임승차 불가’ ‘힘에 의한 평화’, ‘관세 제일주의’ 등을 국정핵심기조로 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질서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20일(현지시각) 취임식 퍼레이드가 열린 워싱턴 DC 캐피톨 원 아레나(사진=AP, 연합뉴스)

▲각 국 반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각 국 정상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트럼프의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 발언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회 의원, 지방공무원들과 함께 캐나다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양국 국민에게 번영을 가져다주기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로부터 사퇴하라는 공격을 받았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고 우리 정책 목표는 범대서양 관계를 항상 좋게 유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에 대한 오랜 애정과 영국과의 역사적 유대가 있는 만큼 깊은 우정이 지속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도 “강력한 대서양 협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파나마 운하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SNS를 통해 “파나마와 국민을 대신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완전히 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은 20일 SNS에 “축하한다”며 “이웃이자 무역파트너로서의 대화와 협력이 우리 관계의 증거”라고 말했다.

20일 캐피톨 원 아레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사진=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3년째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고 평화를 가져오는데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일(현지시간) 열린 안보회의에서 “우리는 결코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여러 글로벌 도전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고려해 대화가 평등과 상호 존중의 토대위에 구축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시 휴전에 합의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가 다시 협력하면 미-이스라엘 동맹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마스 당국자 사마 아부 주흐리는 “팔레스타인인의 피를 손에 묻혔던 조 바이든이 떠났다”면서 “트럼프가 균형 잡힌 기반위에 정책을 세움으로써 지역과 전 세계에 해를 미치는 네타냐후의 악행을 멈추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