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대표, 멕시코 우회 수출 "막을 것"...韓 타격

그리어 무역대표, 상원 인사청문회서 美·멕·加 무역협정 '무임승차' 못하게 멕 진출 삼성·LG·기아·현대모비스 우려 韓 온라인 플랫폼 규제 맞대응 예고도

2025-02-07     이정우 기자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 지명자가 6일(현지시각)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제3국이 '무임승차'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멕시코 생산 기지를 통해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 지명자. (사진=AFP 연합뉴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의 우리 기업들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이틀 만에 한 달간 유예하면서 한숨을 돌렸던 멕시코 진출 우리 기업들로선 USMCA에 대한 재검토가 또 하나의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어 지명자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USMCA에 대해 "우리는 제3국이나 관련된 외국이 미국과 다른 파트너들(캐나다와 멕시코)을 희생시켜가며 그 협정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산지 규정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3국 '무임승차'란 언급은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한 멕시코에 진출한 뒤 주로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이를 제재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 다솜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사진=연합TV 갈무리)

그리어 지명자는 또 미국 기업의 이해가 걸린,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으로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는 조치를 진전시키면서 자국 기업과 중국 기업에는 그것을 면제하는 것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나'라는 마이크 크레이포 의원(공화·아이다호)의 질문에 "나는 우리가 다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디지털 분야가 "미국이 매우 경쟁력있는 분야며, 나는 우리가 그렇게(외국의 미국 플랫폼 기업 규제에 맞서는 것) 할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교역과 기술 기업과 관련해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EU나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우리를 차별할 수 없고 그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우리나라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 추진에 대해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기업을 규제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해왔다.

현재 우리 정부는 플랫폼법 입법을 사실상 포기한 채 기존 공정 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어 지명자는 또 무역대표부가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서비스세’에 맞서 '무역법 301조' 활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관행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그에 대응할 권한을 미국 정부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결국 디지털서비스세 등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차별한다고 판단되면 보복성 관세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멕시코 군인과 범죄조사국(CIA) 요원들이 6일(현지시각) 멕시코 티후아나의 산이시드로 항 검문소에서 짐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한편 그리어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때 공약한 10% 이상의 '보편 관세'(모든 국가의 대미 수출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대해서는 "무역적자의 방향을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및 고려가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0%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가 발효되고 중국이 10일부터 일부 미국산 제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파열음이 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동시에 중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공히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관세가 시장 접근의 수단이자 재정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리어 지명자는 관세 중심 보호주의 무역 기조의 '설계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의 '수제자'로 불린다. 

무역 분쟁 해결에 특화된 변호사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와 로펌 '스카든 아프스'에서 함께 일했던 그는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1기(2017∼2021년) 무역대표로 부임한 이래 그의 비서실장으로서 고율 관세 부과를 포함한 대(對)중국 무역 전쟁과, 그 협상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트럼프 1기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USMCA로 대체하는 데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