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잇달아 전화 접촉을 갖고 휴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판 깔기'가 성공한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1시간 이상 통화한 뒤 "머지 않은 미래에 휴전을 이루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한 뒤 내각에 휴전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도 평화를 원하고 나도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윌츠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밝혔다.

크렘린은 앞서 푸틴과 트럼프가 만나기로 했으며 푸틴이 트럼프에게 모스크바를 방문하도록 초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첫 회담이 '아마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POTUS(트럼프 대통령의 SNS 계정 이름)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는 평화를 성취하기 위한 기회와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4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면서 러시아와는 접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 가량을 점령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영토를 양도하고 평화협정에 따라 영구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완전 철수하고 러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해 북대서양기구(나토) 가입이나 이에 상응하는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유럽을 순방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거나 영토를 회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과의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보가 강력하게 보장돼야 하지만 미군이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미국과의 광물(희토류) 거래가 전쟁 후 '안보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이 중재자로 나선 휴전 협상은 현재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하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의 안전 보장을 얻는 그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와 영토 확장을 실현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희토류를 확보하는 실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는 전날 러시아가 마약(의료용 대마초) 소지 혐의로 3년 반 동안 억류해온 미국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하고 미국은 사이버 범죄 혐의로 구속한 러시아 국적자 알렉산더 비닉을 풀어준 뒤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게 되면 미국과 북한의 관계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미국에 가까워지면서 북한과의 관계가 느슨해지면 북미간 접촉 여지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면서 잇달아 러브콜을 보냈지만 북측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응답하면서 냉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